인천 공무원에 보복성 행위 논란
조병창 병원건물 자료 늑장 제출
담당자 법인카드 내역 포함 요구
이유없이 발송 미뤄… "기망행위"

더불어민주당 노종면(부평구갑) 의원이 인천시의 공문 제출이 늦는다며 담당 공무원들의 10년간 재산과 법인카드·출장비 사용 내역 등을 자료로 제출하라고 해 인천시 내부에서 '보복성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16일 노종면 의원실과 인천시에 따르면 노종면 의원은 지난 11일 인천시에 부평 미군 기지 '캠프 마켓' 업무를 맡는 부이사관(3급)·서기관(4급) 간부 공무원의 재산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노종면 의원이 전날(10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캠프 마켓 B구역 육군 조병창 병원 건물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 중재를 약속한 뒤 받기로 한 공문이 늦어지자 해당 부서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노종면 의원은 '최근 10년간 관보에 게재된 재산 공개 내역 사본 일체'를 요구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지방자치단체 3·4급 공무원은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요구자료에 포함시켰다. 그 외에도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엑셀파일(일시·장소·상호명·금액 등 포함)' '카드 명세서 사본 일체(카드사에 요청할 것)' '국내외 출장 내역' '출장예산 사용 내역 엑셀파일 리스트' '출장여비 신청서와 결과 보고서 사본'을 요구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인천시 공무원 온라인 내부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비판하는 댓글이 많았다. 국회의원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의정 활동과 연관 없는 정보를 광범위하게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인천시 공무원은 "수십년 공직생활 중 이런 내용의 국회의원 요구자료는 처음 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모든 업무는 정해진 절차가 있는데, 일정이 늦어진다고 이런 방식으로 항의해선 안된다"며 "이번 일로 직원들 사기가 크게 꺾였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노종면 의원은 지난 10일 인천시청에서 유정복 시장, 담당 공무원 등과 만나 조병창 병원 건물과 관련된 갈등 봉합을 조건으로 건축물 일부 존치, 지하주차장 확보, 일부 도로 지하화 등을 공문에 명시해 달라고 했다.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를 막기 위해 시민단체 측이 부평구에 제기한 행정소송을 법원 선고가 예정된 13일 이전에 취하하도록 하고 인천시의 캠프 마켓 공원 조성 절차를 정상화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노종면 의원 제안이었다.
이에 유정복 시장이 노종면 의원의 중재 조건을 받아들였지만, 담당 부서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공문 발송을 미뤘다는 게 노종면 의원 설명이다.
노종면 의원은 인천시 내부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선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좌진들에게) 인천시로부터 어떻게 해서든 약속받은 공문을 무조건 받아오라고 했다"며 "업무 처리가 늦어진 것은 시장과 국회의원이 합의한 사안을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의 태도로 기망하려고 했던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노종면 의원이 지난 10일 인천시에 요구한 공문은 그 이튿날인 11일 오후 제출됐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