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규모 진료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 소속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는데 오늘 오전부터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4일부터 나흘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집단휴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내일 하루 전국적으로 병·의원 집단휴진에 들어간다. 전국 20여개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지난 14일 총회를 열고 내일 의협의 집단행동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되는 집단휴진의 규모는 매우 염려스럽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지난 주말까지 외래 휴진을 알렸거나 수술·검진 등의 연기 조치를 취한 교수가 400명이라고 밝혔다. 대면 진료를 하는 전체 교수의 40%나 되는 규모다. 내일 휴진을 사전 신고한 병·의원은 1천463개소로 전체 명령대상 의료기관의 4.02%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의협 집단휴진 당시 첫날 휴진율이 33%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병·의원들이 신고 없이 내일 휴진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증상의 경중을 막론하고 당장 몸이 아픈 국민이 주변의 병·의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그만큼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대병원들의 집단휴진이 장기화할 경우엔 진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중증 환자들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집단휴진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의대 교수들의 주장은 환자들을 분노케 한다. 의대 교수들은 왜 반복해서 중증·응급환자들은 문제없도록 한다는 포장된 발표만 하고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환자단체 대표는 의사 집단을 조직폭력배와 동일시하면서 학문과 도덕과 상식이 무너진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붕괴되고 있는 진료현장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진즉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어야 했을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묶여 그저 중재 시늉만 내는 정도다. 이런 '아사리판'에서 기댈 데 없는 환자와 국민들만 지치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