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에 반발… 여론 싸늘
"반성커녕 서비스를 볼모로 대응"
실망감 느낀 이용자들 잇단 탈퇴
'천억대 과징금' 과한 제재 반응도
"쿠팡이 생필품 구매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긴 하지만,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로켓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행태가 굉장히 불쾌하다."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1위 쿠팡이 1천400억원대 과징금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반발하며 '로켓배송 서비스와 물류·구매 투자 중단'을 언급하자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인 김모(39·여)씨는 "쿠팡 상품이 인기 상품인 것처럼 조작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 아니냐"며 "잘못은 본인들이 했는데, 왜 이용자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불편해도 회원 탈퇴하고 다른 곳에서 물건을 시키겠다"고 비판했다.
수년째 와우 회원을 이용 중인 회사원 박모(42)씨도 "랭킹 조작에 대한 반성은커녕 앞으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순위를 조작하겠다는 쿠팡의 입장에 기가 막힌다"며 "로켓배송을 볼모로 하는 이번 쿠팡의 대응에 바로 회원을 탈퇴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로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위계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천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이용자들은 공정위를 비판하는 모양새다.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과한 제재라는 것이다.
윤모(31·여)씨는 "신혼부부 등 맞벌이 가구의 상당수가 대형마트가 아닌 쿠팡에서 생활용품을 구매하는데, 당장 로켓배송이 중단된다면 굉장히 불편할 것"이라며 "쿠팡의 로켓배송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기업에서 자사 브랜드를 더 팔기 위해 순위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천400억원을 부과한 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이모(40)씨도 "업체가 싼 가격에 PB 상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그렇게 따지면 이마트, 롯데마트도 다 제재해야 한다. 이런 것까지 문제 삼는 건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고 했다.
한편 17일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더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는 고물가 시대 유통업체의 가장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라며 "모든 유통업체는 이런 전략에 따라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으로 추천·진열하고 있다. 이것을 소비자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