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발표처럼 감소하진 않아
예정대로 검진·수술받고 있지만
장기화땐 불어닥칠 후폭풍 우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일부가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한 첫날 분당서울대병원의 풍경은 예상과 달리 평온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큰 혼란 없는 병원 상황에 안도하면서도 집단 휴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며 여전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17일 오후 1시께 찾은 분당서울대병원에는 평소처럼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의료진 또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뇌동맥류를 앓는 박모(68)씨는 추적관찰 진료를 위해 이른 아침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주 금요일 병원에서 기존 예약대로 병원에 와 검진받으라고 안내했다"며 "검진이 취소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검사받는 데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일부 교수들의 휴진에도 큰 혼란이 없었던 건 휴진을 예고한 의료진들이 환자들에게 사전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가동률, 외래 진료 축소 등은 비대위가 발표한 것처럼 크게 감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외래 진료를 받으려는 각 진료과별 대기실은 평소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암센터, 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관절센터 등에선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의료공백이 아직 의료대란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후폭풍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심혈관 질환을 앓는 아내를 수술실에 들여보낸 김모(78)씨는 "아내가 예정대로 수술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수술 후 회복이 중요한데 담당 교수님이 휴진한다고 하면 어떡할지 너무나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폐암 말기 판정 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나모(77)씨도 "아침에 교수님이 회진도 돌고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해줘 안심이 됐고 운이 좋았다"며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의사까지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이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경기지역 의료 현장 곳곳에서 환자들의 크고 작은 불편이 예상된다.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은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등 10개과 총 107명 중 17명이 휴진 동참을 선언했고 도내 8천204곳에 달하는 개원병원 중 238곳(2.9%)이 휴진 신고를 마친 상태다.
경기도는 18일 31개 시군에 전담관을 2명씩 파견해 상황 점검에 나선다. 도 관계자는 "휴진 신고한 의원과 무단 휴진하는 의원 모두 18일 오전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길시 오후에 현장점검을 거쳐 행정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