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남성생계 부양자 모델
가사, 비정규직화… 다시 여성에
낮은 가치 평가에 최저임금으로
플랫폼 영역 女노동자 최임 배제
한국, 성별임금격차 'OECD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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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국의 임금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상당하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로 들어가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이러한 현상 가운데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상당수는 성별로 구분을 짓자면 남성 이외의 노동자들이다. 자본주의는 처음부터 남성 노동자를 기본값으로 설계됐다. 남성 노동자가 일해서 지친 몸으로 임금을 받아오면, 여성은 그 돈으로 남성이 내일 다시 건강한 몸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또 아이를 낳아 키워 돌보는 등 차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을 사랑과 헌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다.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를 기초로 지급되지 않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환산하면, 그 규모는 무려 490조원으로 GDP의 25.5%에 해당한다. 여성이 집안에서 무급으로 하는 돌봄노동에 대해 그 가치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라고 하면 정부와 자본은 기겁할 것이다. 착취구조로 분석되지도 않는 저 막대한 숨겨진 무급노동이 가부장제 자본주의 한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은 여기에서 출발해, 집 밖으로 나와 사회화된 돌봄노동의 평가절하로 이어진다.

집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하던 노동이 본격적으로 사회로 나와 여성의 직종이 된 것은 1997년 IMF 구조조정 이후다. 이것은 우연인가. 공기업 한국통신을 민영화하며 시작된 첫번째 구조조정은 콜센터 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였고, 민간기업 현대자동차의 구조조정은 여성노동자들이 일하는 식당의 외주화, 비정규직화였다. 집에서 무급으로 여성이 담당했던 청소, 식당, 돌봄, 렌털가전서비스의 일이 비정규직으로 여성에게 주어졌고 이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저렴했으니 최저임금은 여성임금이다.

최근 경기침체와 불황에 정면으로 맞닿은 한국의 경제상황과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비정규직 임금은 최저임금이거나 최저임금 언저리에 놓여 있다. 나아가 산업구조가 변화하며 특수고용, 플랫폼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해 돌봄, 방문 등의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개인사업자의 외피를 쓰고 일하지만 이는 엄연히 '도급형태'에 종사하는 노동자다. 하지만 특수고용, 플랫폼 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정부의 의도적 배제로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그에 현격히 미달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한다.

임금의 목적이 노동의 가치를 환산받아 자신(가족이 있다면 가족의 생계까지)의 생존과 존엄의 기본이 된다면, 여성노동은 그야말로 공짜노동을 넘어 착취의 대명사로 된 지 이미 오래다.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과 함께 성별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업종을 구분하고 여성으로 구분되는 업종에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성별임금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차별의 구조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OECD 가입 후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28년째 성별임금격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은 70만원을 받았다. 한달에 30만원, 1년에 360만원의 차별은 퇴직금, 실업급여뿐 아니라 노년이 되면 연금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돌봄 이주여성노동자들이 7월이면 한국에 들어온다. 한국은행에서 던지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하며 이주여성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주자고 주장하더니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위 회의에서 사용자측 위원이 "올해는 최근 이슈인 가사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 구분적용되길 희망한다"는 망언을 했다. 이제 여성에게는 최저임금도 아깝다는 것인가.

여성노동자들을 가난으로 내모는 최저임금을 올려달라. 여성도 노동자고, 돌봄도 노동이다. 타인의 돌봄노동 없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면, 가치를 인정해 성별 임금격차를 좁혀야 한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