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4159265358979… 원주율(π)만 떠올려도 머리가 빙빙 도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사실 수포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도 교실마다 "수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수포자 코스'는 오래전부터 대물림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분수라는 허들을 넘으니, 중학교 때 루트(√)가 가로막고, 고등학교 때 함수와 미적분을 만나면 결국 좌절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수포자=대포자(대입 포기자)라는 입시경쟁 등식은 무시무시하다.
지난해 고2 학생 6명 중 1명은 수학 과목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2 수학 기초학력 미달률 16.6%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본집단 평가로 전환된 2017년(9.9%)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수치다. 중3 학생의 13%도 수학 기초 미달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라는 교육당국의 분석은 안이하게 들린다. 전문가들은 미달 비율이 10%를 넘는 자체가 경고신호라고 말한다.
수학은 고대 문명과 함께 태동했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인도·중국 등에서 초기 수학적 개념이 등장했다. 0과 20진법을 사용한 마야인은 엘 카스티오 피라미드의 계단 그림자를 쿠쿨칸(깃털 달린 뱀) 형상으로 만들어냈다. 신라시대 세워진 국보 31호 첨성대는 27단의 동심원과 정(井)자 형 돌 한 층으로 28수 별자리를 상징한다. 놀라운 수학 원리와 과학적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다.
과학은 수학을 발판으로 물리학·화학·생물학·지구과학 등 다양하게 분화, 발전하고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미적분과 기하학이 바탕이다. 만약 수학이 없다면 세상을 지탱하는 전 분야의 시스템은 마비되고 통제불능이 될 것이다. 당장 손안의 휴대폰은 물론 컴퓨터, TV도 사라진다. 병원·은행·경기장 등 일상에서 누렸던 많은 것들이 존재하기 힘들다.
영국은 수학문맹자들이 정보와 기술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수학 의무교육을 확대했다. 일본도 이공계 대학생의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학이 곧 과학·기술이자 많은 분야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수학의 위기는 미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공계 R&D(연구개발) 예산까지 졸속 삭감한 정부의 수포자 대책이 궁금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