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공인중개사 등 신문 진행
"보증금 미납사태 미리 예상 못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질러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일명 '건축왕' 남헌기(63)씨 일당 항소심에서 일부 공범이 범행 가담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 심리로 18일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 등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일부 변호인은 남씨를 제외한 피고인 4명(공인중개사·중개보조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면서 "보증금 미납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했느냐" "공인중개사로서 계약에 대한 실질적 권한이 있느냐" "남씨가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피고인들은 "보증금 미납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직원으로 일했을 뿐 (계약) 권한은 없었다" "남씨가 진행하는 사업을 전혀 몰랐다"고 범행 일부를 부인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알고 있었잖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남씨는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 일대 세입자 191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혐의를 받는 공인중개사 등 일당 9명은 각각 징역 4~13년을 선고받고 모두 법정구속됐다.
검찰은 1심 판결 이후 "추가 범죄 수익이 확인돼 추징할 필요가 있고, 공범들에게는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선고됐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남씨 일당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전날(17일) 남씨를 비롯한 일당 29명을 추가로 기소했다(6월18일자 6면 보도). 이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남씨와 함께 전세사기에 관여한 임대인, 공인중개사 등 35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범행 가담 정도가 큰 18명에게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이 재판은 인천지법 형사14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오는 9월 초순까지 공판 기일이 잡혀 있어 선고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남씨 측은 "기존 사건 등과 병합해 형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씨 일당이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빼돌린 전세보증금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약 550억원(684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피해 규모를 이보다 많은 총 2천753가구, 보증금 금액으로는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들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청년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