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전유물 NO" 구민 누구나 '공정하게'


일부 동호회 특정시간 선점 개선
구민 우선 권한·현황 투명하게 공개
축구·야구·테니스·배드민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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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테니스장 입구에 체육시설 온라인 예약 시스템 시범운영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있다. 2024.6.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최근 인천 남동구가 지역 내 공공체육시설에 도입 또는 확대하려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체육 동호인들 사이에서 화두에 올랐다.

남동구는 그동안 각 종목 동호회가 공공 체육시설을 시간대별로 선점해 사용하던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구민이라면 누구든 온라인으로 예약만 하면 공정하게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이같이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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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동호회 전유물 된 공공 체육시설


지난해 인천으로 이사했다는 A씨는 집 근처에 괜찮은 축구장이 있어 지인들과 온라인 예약을 시도했지만, 접속하자마자 원하는 시간대가 모두 마감되는 경험을 했다.

빈 시간대를 확인하려고 예약 현황을 봤는데, 마감된 시간대 예약자명은 나오지 않아 혹시 누군가 선점해 예약 자체를 막아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예약 현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집 근처 공원에 있는 테니스장에 간 B씨는 코트 1개가 비어 있는데도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특정 동호회가 정기 대관한 시간대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은 코트를 빈 상태로 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공공 체육시설은 지역 주민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마련한 시설이다.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국민신문고에는 일부 동호회가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 특정 시간대를 선점하거나, 시설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전국 각지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 "조례 등으로 폐해 막아야" 지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 도입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5월 전국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 동호회가 공공 체육시설을 독점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조례 제정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남동구는 2017년 축구장과 야구장에, 지난달 23일부터는 테니스장 2곳에 대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는 7월부터는 테니스장 전체와 배드민턴장으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확대하는 한편, 모니터링을 거쳐 풋살이나 족구 등 나머지 종목에도 온라인 예약 시스템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남동구는 인천에선 처음으로 시설관리공단이나 스포츠클럽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통합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기로 해 주목된다. 직접 민원과 예약 현황을 관리해 시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라고 한다.

앞으로 체육시설 이용을 원하는 이들은 PC나 모바일로 원하는 시간에 직접 예약·결제할 수 있고, 남동구민에게는 우선 예약 권한도 준다. 독점을 막기 위해 테니스는 매일 2시간, 월 10회 등 예약자당 예약 횟수를 제한한다. 체육시설 예약 현황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연수구는 앞서 2021년부터 축구, 풋살, 테니스 등의 종목에 대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배드민턴은 아직 현장 발권 방식이지만, 조만간 온라인 예약제 적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미추홀구는 이미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축구, 풋살, 족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의 종목에 온라인 예약제를 도입했다.

중구, 동구, 계양구, 부평구, 서구 등도 대중화된 종목을 중심으로 일부 체육시설에 한해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 "공공 체육시설, 구민 누구나 공정하게 이용하도록…"


남동구는 지난 14일 축구, 테니스 등 10개 종목 동호회를 대상으로 '공공 체육시설 운영 개선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 설명회는 국민권익위 권고에 따라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단계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동호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한 테니스 동호인은 "새벽 시간에 운동을 하는 클럽인데, 정기 코트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동호회는 사실상 와해된다. 이는 생활체육 위축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어 "기존 동호회에 예약 우선권을 주는 등 보완책을 찾아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한 축구 동호인은 "축구는 평일 월 2회, 주말이나 공휴일은 월 1회로 예약 횟수를 제한해 예약에 성공해도 모일 수 있는 날이 턱없이 적다. 최소한 주 1회로 확대해줘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앞으로 예약할 때는 최소한 12명 팀원을 구성한 뒤 대표자가 신청하라고 하는 것도 너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남동구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 도입이 기존 동호회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생활체육을 하는 구민 누구나 공정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참고해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