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인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동북아 허브인 인천공항을 교두보로 우리 전략 산업인 항공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인천공항 4단계 사업 구상을 밝혔다. 인천공항 4단계는 제2여객터미널 확장, 제3활주로 건설 등으로 공항 시설을 확대하는 국책 사업이다. 이 사업이 완공돼 제2여객터미널 확장 운영이 시작되는 오는 11월이면 연간 여객 수용능력 1억명 시대를 열게 된다. '글로벌 톱5 항공 강국'의 장밋빛 미래상이 기대되는 한편 '1억명 시대'의 내실을 다지려면 그 이면의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주목해야 한다.
18일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모여 '인력 증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며 청소, 보안, 시설, 설비, 검역 등 여러 분야에서 공항 유지에 필수 업무를 수행한다. 노동자 요구는 간명하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공항 연간 여객 수용능력은 7천700만명에서 1억600만명으로 2천900만명(22%) 증가한다. 그에 걸맞은 인력 증원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 3곳에 공항 운영·보안·시설 업무를 맡긴다. 지난 한 해 동안 3개 자회사 직원 9천명 중 1천명이 퇴사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인력 증원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인력 부족은 노동 강도 강화로 이어졌고, 그로 인한 퇴사 행렬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된다.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각 자회사가 신규 채용으로 인원을 뽑아도 10명 중 3명은 1년 내 퇴사할 정도로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 8월 '공항 운영 완전 정상화'를 선포했다. 공항 여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등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선언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회사 경영에 간섭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인력 충원 없는 4단계 완공은 공항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오늘날의 인천공항은 자회사에서 공항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의 힘이 다 합쳐진 것으로 생각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이 이해관계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회사 노동 조건 개선 없이 '세계 최고 수준 허브 공항'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