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시장만큼 좋은 여행코스는 없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은 이색 먹거리 천국이다. 전갈·지네부터 불가사리·굼벵이·해마까지 꼬치의 행렬이 도전DNA를 자극한다. 태국 방콕에는 매끌렁 기찻길 시장이 유명하다. 기차 통과 안내방송이 나오면 순식간에 차광막을 걷고 매대를 치우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 보케리아 시장은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로 인기다. 스페인식 만두 엠빠나다·하몽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의 생투앙 벼룩시장의 다양한 앤티크 제품 쇼핑을 하다보면 특별한 빈티지 감성에 빠져든다.
올해 1~4월 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486만5천670명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87%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은 시원하게 열리지 않았다. 이 기간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천63달러로, 지난해 1천858달러에 못 미친다.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기간도 1분기 6.5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일 감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참여한 활동 중 식도락 관광이 80.3%를 차지할 정도로 K푸드 사랑은 여전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을 전통시장의 먹거리 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다.
바가지요금 홍역을 치른 전통시장을 살릴 '별별 야시장' 소식이 반갑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11월까지 경기·인천지역 20여 곳을 포함해 전국의 전통시장 100곳 이상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다. 용인중앙시장·군포역전시장·광주 경안시장·인천 간석자유시장은 맥주축제 콘셉트다. 북수원시장은 캠프파이어야시장으로 변신하고, 평택 송탄시장은 구이축제와 연계한다. 하남수산물전통시장의 수산물 체험부스, 동두천큰시장의 통큰 바자회 장터도 눈길을 끈다. 전통시장의 매력을 뽐내고 지역경제를 살릴 절호의 찬스다.
서울 광장시장의 모둠전 바가지,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의 꽃게 바꿔치기는 선량한 상인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상처를 남겼다. 이미지 타격을 입은 전통시장은 분골쇄신을 선언했다. 바가지요금 신고센터, 실물 사진을 담은 QR코드 메뉴판, 중량 표시제 등 자정노력은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별별 야시장은 정과 문화를 파는 양심명소다"라는 입소문이 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