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 이유 신청땐 심사 불회부
행정소송 1년 이상 '열악한 생활'
인천변호사회, 17명 대리 7건 승소
"공항 접견으론 실태파악 안돼"
난민 심사를 받지 못해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 등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이른바 '공항 난민'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활공간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난민법상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난민 심사 절차'에 회부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난민 심사 절차에 넘겨지면 '난민 신청자' 지위를 얻게 되고 우리나라로 입국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불회부되면 입국이 불허된다.
거짓 서류를 제출하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신청 이유가 명백하지 않을 경우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불회부 결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들은 보안구역인 출국대기실 등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공항 난민이 된다.
재판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다 보니 이들은 장기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인도적으로 지원되는 빵이나 라면 등의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지내야 한다. 1년 넘게 출국대기실에서 지내던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은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해 결국 최근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도 했다.(2023년 9월4일자 6면 보도='난민의 감옥' 된 인천공항 터미널)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출국대기실을 공항 외부에 설치·운영하는 내용의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국회 임기 만료로 이 개정안은 폐기됐다.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이주민법률지원센터 '모모'의 김원규 변호사는 "대합실 같은 곳에서 다수의 외국인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지난해 출국대기실 위치가 바뀌면서 공간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공개를 안 하니 이들의 생활 실태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방변호사회는 공항 난민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5월 '인천공항난민지원변호사단'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최근까지 공항 난민 17명의 소송을 대리해 7건을 승소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회관에서 '인천공항 난민지원 공익활동 사례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인천지방변호사회 문지혜 인천공항난민지원변호사단장은 "변호사들조차 공항 내 접견실에서 외국인들을 만날 뿐 이들의 생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몇 명이 공항에서 생활하는지, 이들이 무엇을 입고 먹는지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