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수구가 결국 옛 송도역사를 철거했다. 협궤열차 수인선 마지막 역이었던 옛 송도역사 건물이 지난달 완전 철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수구는 안전등급 판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그동안 공언해온 복원원칙을 뒤집은 결정인데다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반영하지 않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연수구청은 송도역사 철거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진단결과 사용금지하고 보강·개축해야 하는 E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송도역사가 수인선 폐선 이후 20여년간 사실상 방치돼온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구조물 보강을 통해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나 다른 대안을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철거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옛 송도역사 복원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때문이었다.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내륙의 미곡을 인천으로 수송하고 인천으로부터는 생활 물자를 보낼 목적으로, 인천에서 수원(水原)을 거쳐 여주(驪州)에 이르는 52㎞ 구간에 부설한 철도였다. 옛 송도역사는 1937년 개통한 협궤 수인선 역사 가운데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역사였으며, 1973년 남인천역 폐쇄 이후 20여년간 수인선의 종착역으로 남아 있었다.
송도역사의 가치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연수구청에서도 "여러 수인선 역 가운데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은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최근까지도 주장해왔다. 연수구청장은 지난해 5월 '승기천·송도역 현장방문' 때에도 송도역사의 복원을 강조했으며, 12월 '송도역사 복원공사 착수보고회'에서도 송도역사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문화공원으로 복원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송도역사 건물은 지어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가치였다. 그 때문에 2018년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송도역사 건물부지가 도로에 포함되어 있어 도로 개설로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도시계획 변경안을 통해 도로폭을 축소함으로써 옛 송도역사 건물 전체를 문화공원 안에 존치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연수구청도 2019년부터 전문가와 문화계 인사로 구성된 송도역사복원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여 자문을 받아왔으며, 2021년에는 수인선 송도역사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역사 철거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