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눈앞 성과도 아쉬움도 남아
尹정부 比 '작은 대한민국' 잘 수행
'약자와 동행' 따뜻한 리더십 보여
후반기 '휴머노믹스' 기조 내세워
대표사업 선택 하는것이 지도자 몫


신철희_경기연구원_선임연구위원.jpg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민선 8기 경기도가 이제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8천913표 차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도정을 시작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은 지난 2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남은 임기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렇다면 지난 2년의 민선 8기 경기도정은 어떠했는가? 성과도 있었고 아쉬움도 남는다. 성과로는 우선, 최대 광역단체의 위상에 걸맞은 '작은 대한민국'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에 대비해서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경제정책이 부재하고, 기후변화 대응 같은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며, 외교안보 같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무능하다. 그런 점에서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RE100이나 AI 산업 육성 등 미래과제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광교가 대한민국 외교의 중심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이어간 것은 1천400만 인구를 가진 경기도다운 행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신뢰의 정치의 모델을 정착시킨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노력이다. 그동안 많은 경기도지사들이 후보 시절 경기북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된 이후 진정성 있게 공약 이행에 노력한 지사는 한 명도 없었다. 모두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공약을 다 실천할 수도 없고 때에 따라서는 용기있게 과거의 약속을 거두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현대조선소, 삼성반도체 등 국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는 굵직한 사업들의 뒤에는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과 뚝심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이슈를 여기까지 끌고왔다면 경제전문가로서 성공에 대한 확신과 비전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셋째,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하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어려움에 처한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보듬는 일이다. 경기도는 그동안 선감학원, 세월호, 이태원 등 우리 사회의 아픔에 동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청년들에게 해외 대학연수의 기회를 주고,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기회패키지', 예술인과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기회소득 프로그램 등도 경기도가 공정하고 따뜻한 사회로 진일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다수의 도민과 언론이 지적하듯이, '경기도 민선 8기' 하면 금방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업이 아직 없다. 그동안 들인 노력이나 성과만큼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축소판답게 경기도민들의 요구와 이해가 다양하고 복잡하다보니 사업의 범위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열식 사업으로는 도민과 언론의 관심을 얻기 힘들다. 또 시간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김동연 지사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처럼 도정에서도 '킹핀'을 찾아야 한다. 볼링에서 킹핀을 맞춰야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아지듯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고 하지말고 복잡한 도정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사업에 예산과 에너지를 집중투입해야 한다. 그것이 청년 기회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360°돌봄이나 인구대책일 수도 있다. 최근 경제3법의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 사실 반도체든, 기후위기 대응이든, 아니면 북부특별자치도든 어느 하나만 큰 물줄기를 잡아도 민선 8기는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연 지사는 '휴머노믹스', 즉 사람중심경제를 후반기 도정의 기조로 내세웠다. 김동연 지사의 철학과 삶의 경로에 적합한 방향으로 보인다. 이제 휴머노믹스의 대표사업으로 무엇을 삼을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도정 방향과 무엇에 승부를 걸지가 결정됐다면, 민선 8기의 남은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신철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