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기자회견·법원장에 호소문
"정부 대책 시행까지 기다려달라"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법원에 요청한 '경매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제 퇴거할 위기에 놓였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은 지난 21일 오전 9시께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피해 지원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해달라"고 촉구했다.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속칭 '건축왕' 남헌기(62)의 피해자 3명이 지난해 초 잇따라 세상을 등지면서 대통령 지시로 법원이 피해 주택들의 경매를 유예 조치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피해자들이 법원에 경매 유예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천지법 경매계에서 피해자의 경매 유예 신청이 거절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피해 주택을 담보로 집주인에게 자금을 빌려준 은행, 대부업체 등이 경매 속행을 신청했는데 경매계가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는 것이 피해자들 설명이다. 남씨 사건의 피해자 정호진씨는 "한 번 더 경매를 유예해 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법원 경매계로부터 '채권자들도 경매 속행을 신청하고 있어 더는 유예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얼마 전 경매에서 전셋집이 낙찰돼 강제 퇴거를 당한 피해자도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대책이 시행될 때까지 경매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씨 사건의 다른 피해자 강민석씨는 "국토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정부와 대책위, 시민단체가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실행될 때까지만 경매가 유예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집이 낙찰돼 피해자들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난다면, 또다시 외면받았다는 절망감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국토부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달 27일 피해 지원 보완 대책을 발표하며 이를 토대로 22대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안은 공공이 피해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들이 임대료 없이 장기간 피해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6월3일자 6면 보도).
대책위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정부의 피해 지원 대책이 신속하게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귀옥 인천지방법원장에게 건네는 호소문을 인천지법 민원실에 제출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