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함으로써 이미 출사표를 던진 윤상현 의원과 함께 4파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여권은 총선 참패 이후 국민에게 변화와 쇄신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여당 비상대책위는 무능으로 일관했다. 국회가 개원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에서 누가 당권을 잡을 것이냐가 1차적 관심이지만 전대 과정에서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한 평가와 성찰, 향후 당정 관계의 변화 가능성 여부, 민생과 미래 비전 등 국정과 여권의 여러 문제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것이냐는 더욱 절실한 의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또다시 윤심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가 이미 설정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원희룡 전 장관은 "당정은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야 하는데 자칫 싸우다 망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지난 국민의힘 워크숍에서 '당정은 하나다'란 메시지와 다를 게 없다. 원 전 장관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카드로 당정일체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수직적 당정 관계에 의해 대통령의 종속변수처럼 전락한 집권당의 행태다. 집권당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윤심 경쟁에만 매몰된 결과가 총선 기간 중 불거진 이종섭 전 장관 대사 발령과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서 민심과 괴리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따라서 의석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집권세력으로서 나름의 역할과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당정 관계의 일신이 필요하다. 이는 당 대표가 마냥 대통령실과 대립하고 각을 세우라는 게 아니다. 정권이 민심과 괴리된 방향으로 갈 때 여당이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초반부터 친윤 대 비윤의 구도로 전대가 흘러간다면 여권의 쇄신 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 당 주류는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겨냥하며 강공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당정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럴수록 대통령 지지율은 정체를 면치 못할 것이다. 여권이 쇄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일 때 정권의 지지가 올라가고 야권의 공세 명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윤심'보다 중요한 건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