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공장 화재로 사망한 시신이 인근 장례식장 안치실로 이송되고 있다. 2024.6.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화성 리튬공장 화재로 사망한 시신이 인근 장례식장 안치실로 이송되고 있다. 2024.6.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또 한 구 들어옵니다. 지하 안치실로 내려가세요!”

24일 화성시 송산면 송산장례문화원에는 끊임없이 시신들이 밀려 들어왔다. 장례식장 건너편 화재가 발생한 화성 리튬공장으로 가는 길에도 시신을 이송하기 위한 구급차가 바삐 오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27분께 첫 번째 사망자로 밝혀진 김모(54)씨의 유가족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 비보를 접하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처음 의사 소견 당시 다리를 제외하고 온몸에 화상이 있었다고 알려진 김씨의 시신은 다행히 유족들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안실로 시신을 확인하러 들어가기 전 “자녀들에겐 아직 얘기하지 말고 기다리고만 있으라”고 주변에 전화하던 김씨의 아내 A씨는 사망을 확인하자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장례식장 사무실 안쪽에서 화성서부경찰서 피해자지원팀이 유족들에게 사망 경위를 설명하는 동안 유족들의 통곡 소리는 굳게 닫힌 문틈으로 새어 나올 정도였다.

사망한 김씨의 직장 동료라 밝힌 B씨는 “망자가 해당 공장에서 연구·개발직으로 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다”며 “나도 오늘 근무하며 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고인은 피할 새도 없었을 것”이라고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망자는 30분 간격으로 계속 장례식장 지하 안치실에 들어왔다. 큰 불길을 잡고 내부 수색을 실시한 소방당국에 의해 건물 내부에서 추가로 사망자가 더 발견되자 해당 시신 역시 남양읍 소재 유일병원 장례식장과 마도면 소재 교원예움 화성장례식장 등 관내 5개 장례식으로 분산됐다.

최효익 송산장례문화원 대표는 “화성시와 협의해 보유하고 있는 영안실에 참사 희생자 시신 8구를 받기로 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까지 이곳에 안치 후 유족의 의사에 따라 장소를 정해 빈소가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인 오후 5시54분까지 추가로 들어온 4구의 시신은 모두 외국인으로 추정될 뿐 신원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구급차에서 내려진 한 시신은 머리 부분이 새까맣게 타 신원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 시신을 수습한 김종배 송산장례문화원 실장은 “긴 머리카락과 체형 두개골 크기 등으로 사망자가 여성인 것으로 보인다”며 “온몸의 대부분이 타서 절반만 남아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리튬공장이 있는 산업단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실종자 23명 중 외국인 노동자들이 20명에 달한다. 최 대표는 “이곳에서 5년 째 장례식장을 운영하지만 이렇게 큰 참사는 처음”이라며 “시신들 대부분이 전소돼 신원 확인까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