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법 국회 발의에 현장 반발


조기 발견 진단검사·치료 등 내용
"민원·교권침해 등 보호장치 없어"
이미 상담교사 태부족 "비현실적"


_고등학교-개학_-코로나19-확진자-발생…안성-고등학교-온라인수업-(2).jpg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위한 지원법을 국회에서 밣의됐지만, 일선 교사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경인일보DB

최근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인한 교권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 학생들이 제대로 치료와 교육을 받도록 지원할 방법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정서적 또는 심리적인 이유로 행동에 문제가 나타나 일상적인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말한다.

주로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품행장애, 반항장애, 우울장애 등의 질환을 지닌 경우가 많다. 지난 3일 전주 한 초등학교에서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교감을 때리고 욕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교권 침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마침 지난 5일 국회에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교육계의 관심이 쏠렸다.

법률안에는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학교장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와 담임교사·학부모와의 상담 등을 토대로 대상자를 선정해 치료·상담·학습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태가 심각하거나 교육적으로 반드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생에 대해서는 보호자 동의 없이도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 있다. 또 각 학교에 '정서행동지원전문교원'을 1명 이상 배치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이를 두고 일선 교사들은 법률안이 오히려 학교 현장에 혼란과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외부 전문기관의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 결국 정서행동 위기학생 발견부터 진단, 선정, 학습지도, 학부모 안내, 교사 연수까지 모든 책무를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서행동 위기학생으로부터 담당 교사를 보호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의사가 진행하는 종합검사를 통해 신중하게 진단받아야 할 정신질환을 교육기관인 학교가 단순한 검사로 판단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선정 오류나 학생 낙인 문제는 오롯이 학교 책임"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안 어느 조항에도 보호자의 책무는 없다. 교사는 어떤 보호 장치도 없이 학부모 민원이나 교권 침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했다.

학교별 정서행동지원전문교원 배치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은 전문상담교사조차 없는 학교가 절반이 넘는 상황이다. 추가 인력을 선발해 배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 비율은 42.4%로, 전국 평균(46.3%)보다 조금 낮다.

인천 한 상담교사 A씨는 "정서행동지원전문교원은 둘째치고 모든 학교에 1명씩 전문상담교사 배치부터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행동지원전문교원의 업무가 기존의 전문상담교사, 그마저도 없는 학교는 일반 교사의 몫이 돼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장 의견을 반영해 학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법률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