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곳곳에서 사망자 발견·수습
미처 계단으로 대피하지 못한 듯
중상 1명은 전신화상 '위독 상태'
화성시의 한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난 불로 노동자 22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졌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1분께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2명(오후 8시 기준)이 숨졌다. 나머지 노동자 중 2명은 중상을, 6명은 경상을 입었다. 중상자 2명 가운데 1명은 전신 화상으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불은 연면적 5천530㎡에 달하는 공장 11개동 가운데 3동 건물에서 발생했다. 이 공장은 주로 일차전지인 리튬 배터리를 제조하고 보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3동 2층 안에는 리튬 배터리 3만5천여개가 보관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견된 시신은 모두 공장 2층에서 곳곳에 흩어진 상태로 수습됐다. 이들 시신 대부분이 불에 심하게 훼손돼 정확한 신원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초 실종 상태였던 21명 중 20명이 외국 국적인 것으로 파악돼 외국인 사망자가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2층에 출입 계단 2개가 있지만, 사망자들이 미처 계단을 이용한 대피를 하지 못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데는 배터리 화재의 특성상 진화가 쉽지 않고, 폭발이 연쇄·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공장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2층 배터리 1개에서 폭발이 있었고, 이후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화재도 거센 불길이 오래 지속된 데다, 리튬 배터리에 붙은 불이 물로 완전히 진화되지 않아 구조대 투입도 화재가 발생한 지 4시간30분이 넘어서야 진행됐다.
불이 난 공장 맞은편 공장에서 일하는 김월빈(63)씨는 "4번 정도 '펑, 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희뿌연 연기와 먼지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왔다"며 "소방이 도착하고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갔더니 터지는 소리가 또 났다"고 말했다.
아리셀과 직선 거리로 30m 가량 떨어진 공장에서 일하는 김정훈(39)씨는 "화재 공장과 떨어져 있는 곳에서 일하는 데다 한참 일하는 상황이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천둥· 번개와 같은 소리가 여러차례 났다"며 "마른 대낮에 깜짝 놀라 나가보니 불이 났다는 걸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공장에서 불이 난 데다, 연소 확대 우려가 커 화재 발생 9분 만인 오전 10시4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이어 오전 10시54분 비상 발령을 대응 2단계로 올렸다. 소방관 등 인력 159명과 펌프차 등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인 당국은 오후 3시10분께 큰 불을 잡았다.
이번 참사와 관련 경기도는 화성시와 합동으로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해 소방, 경찰, 의료,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 간 종합지원체계를 마련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30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했고, 수원지검 역시 공공수사부와 형사3부 7개 검사실로 수사팀을 꾸렸다. 또 고용노동부는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사고 현황과 규모,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 그래픽 참조
→ 관련기사 ([화성 리튬공장 화재] 고온에 반응 격렬… '리튬전지' 진압 애먹어)
/조수현·김지원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