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강조되는 순간에도 교육 작동
0~5세, 보육과 교육 이분화 불가능
구획지으려는 시도는 정치적 구호
저출생 해법은 영유아 존귀히 대접
"유보통합 예산 확보" 함께 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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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
유아교육과를 졸업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유치원 교사 2급 자격증과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일부는 유치원으로, 또 일부는 어린이집으로 취업한다. 실습을 통해 0~2세 영아, 혹은 3~5세 유아에 대한 교육을 이미 경험한 졸업생은 자신의 성향과 기관의 상황을 조율하며 영아를 담당하거나 유아를 담당하는 교사가 된다.

어린이집에 재원하는 0세는 출생한지 3개월에서 1년 미만의 영아로 기관에 머무는 시간 내내 교사의 손길을 온전히 필요로 한다. 이 시기에는 영아의 욕구를 민감하게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며 안전하고 평안한 정서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1세와 2세는 걷기 시작하면서 신체의 자율성을 획득하고, 언어발달이 이루어지며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자아에 대한 인지가 강화되며 자신에 대한 탐구가 활발해져 협력하거나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또래관계보다는 자신을 지지하거나 격려하는 교사와의 1대1 관계가 여전히 중요하다. 부모, 교사와 같은 안전 기지와의 수천, 수만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세계 속에서 미약하지만 자신의 존재와 능력에 확신을 갖게 되는 영아기를 지나면 비로소 유아는 또래와의 관계를 경험하며 확장된 관계망을 발달시킨다.

3~5세 유아기는 또래와의 친밀함을 통한 협력과 배려뿐 아니라, 갈등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때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칙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과 소속감을 바탕으로 공간에 대한 애정, 공동체에 기여하고자하는 의지 등을 갖는다. 이 시기 교사는 유아의 다양한 일상과 놀이 상황에서 이러한 경험을 포착해 교육적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령별 교사의 역할은 차이가 있겠으나 교육적 관점과 철학을 지니고 발달 이론에 입각해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연령에 따라 돌봄이 강조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교육이 작동하고, 언어로 의사소통하며 교육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에도 세심한 돌봄이 존재한다. 0~5세 영유아교육은 연령으로 구획되어 어디까지는 보육이거나 돌봄, 어디까지는 교육으로 이분화 될 수는 없고, 그 이분화에 권력을 작동시켜 위계를 지을 수는 더더욱 없다. 교육은 본디 가르치고 기르는 일이 앞뒤 없이 함께 이루어지는 행위이고, 특히 유아교육은 가르치는 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길러내어 돌보는 행위보다 앞설 수 없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어린이집 0~2세 영아반 교사가 될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3~5세 유아반 교사가 될지를 가르는 일은 자신의 성향을 따르는 일이었지 0~2세를 보육, 3~5세를 교육으로 구분해 능력이 있으니 3~5세 유아교사가, 능력이 부족하니 0~2세 영아 교사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급여, 복지 등의 노동환경 차이를 통한 구획은 오히려 임용고시를 봐야하는 국공립 유치원과 그 외 기관으로 나뉘어있지 0~2세 교사와 3~5세 교사 사이의 구분이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6월15일 전교조는 보육과 교육을 분리하라며 0~5세 유보통합을 규탄했고, 교사노조연맹은 유보통합 예산 확보를 촉구하는 성명(6월27일 발표 예정)에서 교육과 돌봄을 명확하게 이분화했다. 코로나로 초등학교 돌봄업무가 과중해지며 교육과 돌봄을 구분하고 돌봄을 학교에서 삭제하려는 시도와 함께 국공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유아교육에서도 교육과 돌봄의 이분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교육과 보육, 교육과 돌봄의 구획은 유아교육의 원론이 아니라 의도적인 정치적 구호란 의미다.

저출생을 해소하는 해법은 생의 첫 시작인 0~5세 영유아를 존귀히 여기고 그들에 대한 교육을 함께 대접하는 것이다. 0~2세 돌봄, 3~5세 교육이란 정치적 구호로 영유아교육 현장에 영아교사, 유아교사란 새로운 계급을 나누는 일은 영유아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뿐이다. "0~5세 유보통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 처음엔 정부로 인해, 지금은 기득권으로 인해 교육과 보육으로 나뉜 우리가 함께 외쳐야 할 절절한 구호가 있다면 이것이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