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상 벤처캐피탈 감소 등 원인
장기적 국내업체 경쟁력하락 지적
인천지역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R&D 투자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한 인천 소재 기업은 7개사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 4개사(셀트리온·현대제철·HD현대인프라코어·삼성바이오로직스), 중견기업은 3개사(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에이치엘클레무브·경신)가 100위 안에 들었다.
인천 소재 대기업 4개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금액 비율은 평균 8.6%로, 100대 기업 평균(4.4%)의 2배에 근접했다. 반면 중견기업 3사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금액 비율은 4.1%로 100대 기업 평균에 못 미쳤다.
2022년의 경우 인천의 대기업과 중견기업 R&D 투자 비율은 각각 8.7%, 8.1%였는데, 1년 사이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위축한 영향을 받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1년 사이 R&D 투자 규모가 199억원이나 감소해 낙폭이 가장 컸다.
인천지역 대기업들도 경기침체 여파로 R&D 투자액을 줄이거나 소폭 늘리는 데 그쳤다. 4개사 가운데 셀트리온만이 300억원 넘게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늘렸고, 현대제철은 30억원이 늘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229억원)와 삼성바이오에피스(-65억원)의 투자액은 감소했다.
이처럼 양극화가 벌어진 것은 중견·중소기업의 R&D 관련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활동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보면, 종업원 수가 1천명 이상인 대기업의 R&D 지출 규모는 매년 증가한 반면, 1천명 이하 기업의 지출 규모는 2011년을 기점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는 중소·중견기업 대상 벤처캐피탈 투자가 줄었기 때문인데, 자금 지원과 함께 기업의 기술혁신과 경영 리스크를 컨설팅하는 민간 벤처캐피탈이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면서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동력도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 R&D 투자 양극화가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 전체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혁신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이 진입해야 대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이 나타난다"며 "대기업 중심의 R&D 투자 증가는 기술의 질적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