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현황 혼란… "명부 타버려"
파견직 교육 등 질문에 즉답 못해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 사과문 발표 (1)
25일 오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인 아리셀에서 박순관 에스코넥 대표가 23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공식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6.25 /최은성ces7198@kyeongin.com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노동자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로 확인된 가운데, 사고 업체는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인적사항과 고용 형태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인 아리셀은 폭발 위험물질을 취급하면서도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 업체에서 구해 쓴 탓에 기본적인 인적관리가 되지 않았고, 여기에 안전조차 방치해 결국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은 참사 당일인 24일 이주노동자들이 사망 상태로 발견되기 전 현황파악도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고립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소방당국의 협조 요청에도 아리셀측은 "건물 내 사무실과 명부가 다 타버려 파악이 안 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소방 관계자는 "최초 화재 발생 시 관계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공장 관계자가 상황 파악을 못해 현장 관리가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문.jpg
노동계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안전망조차 내던진 것이 대형 참사를 부른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024.6.25 /최은성ces7198@kyeongin.com
 

아리셀이 이주노동자를 파견업체에 맡긴 채 방치한 정황은 25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의 발언에서도 나왔다.


사망자들에 대한 '업무지시' 등을 내렸는지 등에 대한 현장 질의에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파견업체에서 내렸다"고 말했고, 파견 직원 교육 등이 이뤄졌는지에 대해 추가로 묻는 말엔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이주노동자 가운데 미등록 신분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아리셀 측은 "경황이 없고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얼버무렸다.

노동계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안전망조차 내던진 것이 대형 참사를 부른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한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노안국장은 "사고 경위를 보면 아리셀은 화재 위험 사업장의 안전 관리는 물론 매뉴얼조차 갖추지 못했고, (고용 형태를)파견에 맡긴 건 기본적인 '안전 비용'조차 치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이날 아리셀 이주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파견법을 보면, 여러가지 업무 중 특히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의 파견 업무를 금지하는데 아리셀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들이 리튬전지 완제품 검수·포장 등의 업무를 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박 대표의 이날 발언 등을 기초로 "아리셀이 불법파견을 받았는지, 적법한 도급계약을 맺었는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수현·김지원기자 joeloach@kyeongin.com

2024062601000287700029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