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과정서 2013년 전근 사실 드러나

‘사랑한다’ ‘자기’ 편지 내용 등 화두

한국교총 최연소 회장 결국 자진사퇴

27일 자진 사퇴한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27일 자진 사퇴한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공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신임 회장이 과거 제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 징계를 받았다는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박 신임 회장은 27일 한국교총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지난 과오와 실수로 한국교총과 회원, 전국의 교사들께 심려를 끼치고 명예에 누를 입혀 깊이 사죄드린다”며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회장은 인천 부원여중 교사로, 지난 20일 한국교총 선거에서 최연소 회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박 회장이 2013년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조치를 받아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갔고, 그 이유가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박 회장은 “특정 학생을 편애한다는 민원 때문에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계에서는 단순한 편애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당시 박 회장이 특정 학생에게 보낸 편지 12장이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해당 학생을 ‘자기’라고 칭하거나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웬만한 사유로는 고3 담임이 여름방학에 다른 학교로 옮기는 일이 흔치 않다는 분위기였다.

편지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교총 인터넷 게시판에는 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100건 이상 올라오는 등 반발이 컸다. 지난 25일에는 “박 회장이 한국교총 회장직 수행을 위해 인천북부교육지원청에 제출한 파견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국회에 올라왔고, 하루 만인 지난 26일 ‘청원 찬성 100%’(100명)를 달성했다.

결국 박 회장이 논란 일주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한국교총은 차기 회장단이 선출될 때까지 문태혁 수석부회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다.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내고 “최대 교원단체로서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회장단 선출 과정에서 후보 검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고, 차기 회장 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