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위원장
정병국 위원장
‘무한 정쟁’ 21대 국회가 ‘무능국회’로 불렸다면 22대 국회는 개원 초부터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생을 뒤로한 채 정쟁만 일삼으면서 국민들과의 괴리를 키우고 있다. 국회는 어떤 정치를 해야 하나? 여·야는 어떻게 협치해야 하나? 경기도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원로들이 있다. 이들의 혜안을 통해 국회, 그리고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을 물어본다.

정병국

경기도에서 내리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장관급)은 30일 22대 국회 개원과정에서 보여준 여야의 극한 대치와 관련,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차이가 있다면 국회가 ‘안하무인’이 된 것 같아 더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경인일보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평가처럼 22대 국회를 ‘최악’으로 보고 있었다. 자신이 여권 인사여서인지 먼저 국민의힘을 향해 “야당과 싸우지 말고 국민과 대화하라”고 주문했다.

야권의 국회 운영에 대해선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정부와 여당이 잘못하기 때문에 넘어가는 것이지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의 관점에서 볼 때 ‘여소야대’라 하더라도 여당을 ‘갑’으로 보지, ‘을’로 보지 않는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여소야대)를 만든 것은 국민이고,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한다. 야당을 이기려 하지 말고 최대한 협상하고, 정 안 되면 지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도 ‘억셉트’(받아들이다)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여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굉장히 요구되는 때(시점)”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송3법 강행처리 등에 대해 정 위원장은 “깊이 있는 내용은 잘 모르지만,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받아들일 수 없다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납득시킬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사위 등 야당 국회 운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임을 위한 룰 개정에 대해서도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여당이 야당에 맞장구를 치면 안 되고, 더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오는 7·8월 잇따라 개최되는 여야 정당의 당대표 경선에 대해서도 양비론을 제기하며 정당개혁·정치쇄신’을 주도하는 후보가 명분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정병국 위원장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야 당 대표 경선에 대해 “당 구조나 정치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실종되고 있다”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정치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구상을 밝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위원장은 “지금 (전당대회에서) 당 구조나 정치 개혁을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내가 당을 맡게 되면 어떻게 개혁하고, 지금 정치가 이 모양인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고, 그 고리를 어떻게 끊고, 어떻게 개혁할 건가 하는 내용을 제시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먼저 여당의 친윤·비윤 기싸움에 대해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집권 후반부의 당대표라는 것은 대통령 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국민적 여론이 비판적이라고 하면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면피할 것이 아니라, 정부 대신 당이 그것을 커버해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대통령만 바로 보고 의존할 게 아니라 국민의 힘을 얻어 스스로가 혁신하고 자립해서 정부를 서포트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대표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선 “정상적이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렇게 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정부 여당이 같이 죽을 쑤고 있으니 견디는 것이지, 정부여당이 바로 서게 되면 바로 무너진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 주도의 법사위 청문회 등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로컬정치의 붕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지역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지역 현안에 대해선 한목소리로 공동의 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을 떠올리면서 “우리 때부터 조금 (여야가)소원해지기 시작했는데, 점점 갈수록 여야가 진영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패거리 정치의 폐단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계를 떠나 문화·예술계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자신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한국 문화예술의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문화예술의)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그러면서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문화예술 영역을 더 공고히 하는 일에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