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분뇨 미관리 역류 가능성
미납금 통보… 區 "지원규정 없다"
"장마철에 정화조까지 터질까 두렵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한 빌라 정화조가 장기간 청소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있어 세입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 빌라는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속칭 '건축왕' 남헌기(62)의 소유 건물로, 세입자 대부분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다.
빌라 세입자인 조형지(44·가명)씨는 "장마가 시작됐는데 덥고 습한 여름에 정화조까지 터져 집 안이 오물로 뒤덮이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빌라는 6개월마다 정화조 청소가 이뤄졌다가 지난해 2월3일 15t의 분뇨를 퍼낸 것을 마지막으로 1년5개여월 간 관리되지 않았다.
미추홀구 내 남씨가 소유한 공동주택 20여곳도 비슷한 실정이다.
현행 하수도법에는 주택 등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소유자(또는 관리자)가 1년에 1번 이상 정화조 내부 청소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담당 지자체는 관리자 또는 세입자들에게 정화조 청소를 시행해야 한다고 1년에 1~2회 안내하고 있다.
정화조 내부에 쌓이는 분뇨는 1년 이상 경과되면 딱딱하게 굳어 오수관로를 막고 악취를 발생시킨다.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많아지는 장마철이 되면 악취가 심해지고, 자칫 오물이나 오수가 집 내부 하수구로 역류할 가능성도 있다.
남씨 일당의 공동주택 일부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A업체 측은 남씨가 이전에 미지급한 정화조 청소비가 해결되지 않아 빚어진 일이라며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다고 했다.
A업체 관계자는 "최근 미추홀구 지역 내 정화조 청소업체로부터 '2022년 남씨 건물에서 발생한 미납금 200여만원을 내지 않으면 정화조를 청소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업체는 남씨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일하다 퇴사한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빌라 세입자들은 구청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민간 공동주택의 정화조 청소를 지자체가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제정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안'에도 건물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미추홀구 주택관리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건물 관리는 개별 건축주나 세입자들에게 책임이 있어 전세사기 피해 건물의 정화조 청소 문제에도 도움을 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