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엄마·인테리어 사장

청년 치위생사·배우지망생 등 모여


'프로젝트 1기' 발표 공연
가족·지인 객석 박수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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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뮤지컬 위드미' 리허설이 열린 지난 29일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시어터에서 출연자들이 뮤지컬 맘마미아 수록곡 댄싱퀸을 부르고 있다. 2024.6.29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You can dance~ you can jiv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춤을 춰요, 자이브도 출 수 있어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요!)

지난 29일 오후 인천 공공 소공연장 문학시어터 무대에서 뮤지컬 '맘마미아!'의 대표 넘버 'Dancing Queen'이 시작되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맘마미아!'의 주인공은 세 명의 엄마들이었다. 불과 두달 전까지 만해도 "뮤지컬 무대에서 서고 싶은 꿈을 꿨을 뿐"이라던 평범한 이들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문학시어터가 지난 4월 말부터 운영한 '뮤지컬 위드 미'(MUSICAL with ME) 프로젝트 1기 참가자 18명(4월25일자 15면 보도)의 '갈라 콘서트'(발표 공연)가 열린 날이었다.

인생 황혼기를 맞아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 몸이 조금 불편한 자녀를 돌보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냈던 엄마, 배우를 꿈꾸는 아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된 엄마, 이들 세 명의 댄싱 퀸 뒤에선 그간 동고동락한 동료 참가자들이 안무를 맡았다.

엄마들 사연뿐이랴.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는 딸에게 멋진 아빠가 되고 싶은 40대 온라인 쇼핑몰 대표, 직장 생활 틈틈이 아마추어 극단에서 활동하던 청년 치위생사,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함께 참가한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직원, 배우를 꿈꾸는 국제학교 고등학생, 음악가의 길을 걷다 집안 사정으로 포기했으나 다시 도전하는 청년, 막 정년퇴임한 전직 공무원….

이토록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시민 18명이 '뮤지컬 도전'이란 공통점으로 모여 꾸민 무대는 그들의 삶 이야기처럼 다채로웠다.

남성 배우 전원이 '여자보다 귀한 것 없네'(뮤지컬 '남태평양')를 외쳐 부르며 시작한 공연은 'Memory'(뮤지컬 '캣츠'),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 유명 넘버가 이어졌다. 청춘 남녀가 부르는 풋풋한 사랑 노래부터 프로 못지않은 실력의 솔로곡까지 노래가 나올 때마다 가족과 지인을 초대한 객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그칠 줄 몰랐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반장' 역할을 맡아 동료 참가자들을 챙겨온 유무선(32) 씨는 "동료들의 열정이 세대 차이마저 뛰어넘게 했다"며 "18명 모두 서로를 돕고 응원해줘서 고생한 기억보다는 설렘과 추억만 남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연을 위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할 때다. 참가자 조민혁(43) 씨가 이야기한다. "프로필 촬영할 때 배경음악으로 뮤지컬 넘버를 틀었는데, 공연에서 부를 단체 합창곡이 나왔어요. 처음엔 한 사람이 부르고, 두세 사람이 차례로 따라 부르더니 결국 모두가 합창하게 되더라고요.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요. 내 인생에서 이런 뮤지컬 같은 장면도 펼쳐지는구나 생각했죠."

'뮤지컬 위드 미' 참가자들을 배우로 성장시킨 책임강사 안갑성(성악가) 오픈헤르츠 아트컴퍼니 대표는 "기초 호흡교육에서 시작해 발성, 앙상블, 듀엣, 합창, 안무까지 참가자들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며 "이들을 보면서 도전하는 용기에 대해서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