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법령 위반·부실 의혹 최소 7건
3개월전 '인명피해 우려' 이미 지적
최소 5개 기관… 점검 주체 제각각
"매번 사후적 신설 탓 규제들 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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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재사고 관련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 위반 또는 부실 점검 의혹이 제기된 안전 관련 법령은 최소 7가지다. 2024.6.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3명이 숨진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공장 업체가 안전 감시망을 빠져나가거나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관계 법령만 최소 7가지 이상으로 파악됐다. 총체적 안전 불감증이 드러난 가운데 수많은 점검사항의 관리 주체와 책임이 분산된 탓에 당국의 비효율적 대비체계의 실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소방당국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사고 관련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 위반 또는 부실 점검 의혹이 제기된 안전 관련 법령은 최소 7가지다.

먼저 공장 시설에 관한 '건축법' 위반 여부가 주목된다. 피난경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정황으로 건축법상 피난시설(직통계단) 설치 및 내화구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또 공장 외장재가 준불연 재질인 '글라스울 패널'로 지자체에 신고된 바와 달리, 소방은 건축법상 불법인 난연성 샌드위치 패널을 썼다고 파악한 부분도 의문으로 남는다.

'안전보건규칙' 위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출입구를 제외한 비상구가 없었다는 주장과 관련, 비상구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또 내부 공간을 분리하는 벽이 도면과 달리 임의로 제거돼 있던 것도 위험물을 별도 장소에 보관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소방 관련법의 경우 느슨한 법망을 피해간 정황들이 다수 나타났다. 아리셀은 사고 3개월여 전 '소방기본법'에 따른 소방활동 자료조사를 받으면서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 등을 이미 지적받았음에도 별다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

[포토] 화성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합동감식
25일 오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사수연구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소방의 화재 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도 배제됐는데, 이는 '화재예방법'상 연면적 기준에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소방시설법'에 따른 자체 점검 대상으로 분류돼 지난해까지 매년 당국에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만 자체 보고해 왔다.

위험물질인 리튬을 다루는 과정에서 '위험물안전관리법'과 '화학물질관리법'상 관리사항 준수 여부 및 법적 사각지대도 주목할 대목이다. 리튬은 관련법상 위험물질로 분류되지만 유해화학물질은 아닌 탓에 별도 맞춤 소방설비나 안전 규정이 없었다.

이처럼 다수 법령에 저촉된 실태는 사업주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핵심이지만, 복합적인 점검사항의 주체가 제각각이고 책임도 분산돼 있는 탓에 규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위 법령들의 직·간접적 관계기관만 따져봐도 해당 지자체를 포함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환경부, 소방청 등으로 최소 5곳이 넘는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매번 사고 후 사후적으로 규제를 신설해오다 보니 복합적으로 얽히게 된 측면이 있는데, 이번 사고처럼 특히 신산업 분야에서는 사각지대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현행 규제들의 책임 주체를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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