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뚜벅이 재단' 문 열어
해고노동자 생계·재취업 지원
지속적인 재원 확보는 미지수

일본계 기업 한국와이퍼의 일방 청산에 맞서 '사회적 고용기금'을 쟁취한 해고노동자들이 재단 설립을 통해 지역사회 노동약자를 위한 사업에 본격 첫 발을 뗐다.
한국와이퍼 해고노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재단법인 뚜벅이는 지난 28일 안산시 단원구 소재 사무실에서 개소식을 열고 재단 운영의 시작을 알렸다. 회사가 국내 사업을 접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일방 청산을 통보한 지 2년 만이자, 사회적 고용기금이란 전례없는 결실을 투쟁 끝에 얻어낸 지 10개월 여 만이다.
재단 운영의 핵심 재원인 사회적 고용기금은 실직 책임이 있는 한국와이퍼가 출연했으며, 해고된 공장 노동자들의 생계 지원과 재고용·직업교육 등을 돕는 데 우선 활용된다.
재단은 한국와이퍼가 있던 반월공단 인근 취약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노동조합 결성이 쉽지 않은 요양보호사, 청소노동자, 프리랜서 등 소단위·플랫폼 노동자들을 조직화해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노동자 의사와 관계없이 외국 자본이 마음대로 사업을 철수하는 '먹튀'가 반복되는 것에 대항해서도 정부와 지자체에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세제 혜택 등을 본 기업이 노동자들의 동의 없이 기업을 청산하지 못하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 노동조합법 등의 개정 움직임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계 기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경북 구미)가 공장에 불이 났다는 이유로 졸속 폐업을 통보, 해고노동자들 가운데 일부가 평택의 관계 회사로 넘어와 농성을 지속 중이다.
다만 재단 운영을 위한 지속적 재원 확보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사회적 고용기금안을 구체화했을 당시, 스웨덴의 '노사 자율 고용안전기금'을 참고했는데 이 모델 역시 고용주가 정기적으로 출연하는 기금을 바탕으로 해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재단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쉽지 않아서다.
최윤미 뚜벅이 상임이사는 "외국 자본 먹튀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이유도 있지만, 법·제도적 허점 때문"이라며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재원 마련 관련) 지자체와의 연계사업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변화만큼 다양해진 '권리 밖'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할 수 있게 재단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