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조는 조정회의를 열고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1일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진은 한국지엠 정문. 2024.3.5 /경인일보DB
한국지엠 노조는 조정회의를 열고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1일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진은 한국지엠 정문. 2024.3.5 /경인일보DB

한국지엠 노사가 진행 중인 올해 임단협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노조가 합법적으로 쟁의권(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면서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경고등이 켜졌다.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날 조정회의를 열고 한국지엠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지엠 노조가 지난달 16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한 지 보름만이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조정신청 전까지 사측과 11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쟁의권 획득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조정신청 직후인 지난달 17~18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87.2%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노조가 파업하려면 조합원 50% 이상이 쟁의행위에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한국지엠 사측은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여부를 앞둔 지난달 26일 일부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가 사측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 주요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 ▲올해 성과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 이상 지급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평·창원공장 생산물량의 30% 내수 물량 우선 배정 ▲고용안정과 신차 물량 확보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 확약 등을 사측에 제시했다. 사측은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과 신차 물량 확보 관련 내용을 노조에 전했지만, 노조는 사측 안이 명확하지 않고 임금 관련 내용이 빠져 있어 논의를 진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도 어려움이 클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조3천50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법인 출범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 노조는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에 대해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한국지엠 공급망에 속한 부품 납품업체 소속 노조와 공동으로 파업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이전보다 강경하게 대응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쟁의권 획득과 함께 잔업·특근 거부를 시작했다”며 “2일 예정된 14차 교섭 결과에 따라 쟁의 시기와 (납품업체 노조와의) 연대 투쟁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지엠 사측은 교섭 내용에 대해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노조에 제시안을 공유하는 시기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수시장 물량 확대 등 여러 현안을 두고 GM과 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임단협이 원만히 타결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