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위 외국인 고급인력
국내 정착땐 국가 경쟁력 큰 도움
필요한 인재 유치 이민법 만들고
행정·재정적 지원제도 확립해야
열린국가 성장위한 인식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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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약 2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구광역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OECD 국가의 평균인 14%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정부는 이민청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려 하고 있지만, 이민정책은 아직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중 약 40만명은 미등록 이주자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하거나 살기 좋은 지역에 외국인이 몰려든다. 서울의 이태원, 영등포, 대림동, 구로동 등에는 외국인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인천의 함박마을,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평택 외국 음식 거리 등도 유명하다. 외국

인 밀집 지역에선 같은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이 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나누기 쉽다. 이런 지역을 동포밀집형 거주지라 한다.

과거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갔다. 이들 나라는 다양한 기회가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는 이민 국가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외동포는 약 750만명이 넘는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되어, 재외동포들에게 고품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도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그들이 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국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도 해외로 이주했을 때 여러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제는 우리가 받은 것을 되돌려 줄 때이다. 사실 되돌려 준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규제와 관리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제한적이다.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 사회는 인구 부족 문제에 더 많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농업, 어업, 중소기업 등 많은 영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중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해 숙련 노동자가 된 외국인이 체류 기간 제한으로 국내에 더 머물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생 수가 급감하고, 대학원생 수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많은 대학이 외국인 대학원생을 유치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학위를 받은 외국인 고급인력도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박사후과정이나 연구원으로 국내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귀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숙련 기술자, 고급 기술자, 연구개발 인력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급인력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내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고, 자녀들이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이민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규제와 관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이민법을 제정해야 한다. 재외동포들과 그 2세들이 우리나라에 다시 돌아와 살 수 있는 제도 역시 확대되어야 한다. 한류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많을 때 뭐라도 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서 학생, 박사후과정생, 연구원, 노동자 등으로 일할 때 우리도 그 나라의 국민과 거의 동등한 복지혜택을 받았다. 이는 그들이 일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이 그 나라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OECD 국가로서 이민자에 대한 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민자를 포용하는 열린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민주성 함양과 인종의 용광로 사회로 전환할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재우 인하대학교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