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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은 한국을 대표하는 동요다. '반달' 말고도 '설날', '고향의 봄', '오빠 생각', '과수원길', '섬집 아기' 등 유명한 동요들이 많지만, '반달'은 한국 동요의 맏형격이요, 마중물이다. '반달'은 한국 동요의 개척자이자 대표 작가인 윤극영(1903~1988)의 작품이다. 윤극영은 '반달' 이외에도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로 시작되는 동요 '설날'과 윤석중이 작사하고 윤극영이 곡을 쓴 '기차길 옆 오막살이' 등 모두 142편의 동요와 동시를 쓰고 작곡했다.

윤극영은 이종 형이었던 작가 심훈과 함께 3·1운동에 참여했을 만큼 민족의식이 투철했던 작가였다. 아동문학가의 길을 걷기 전까지 윤극영은 평범한 조선의 지식 청년이었다. 경성고등보통학교를 나와 경성법전에 다니다가 홀연히 일본으로 음악 공부하러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 소재 동양음악학교에서 성악(테너)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중 소파 방정환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소파의 권유로 이때부터 윤극영은 아동문학가이자 동요 작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색동회' 창립을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소파와 함께 '어린이날' 제정에 앞장섰다.

그래도 윤극영하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시작되는 '반달'이다. '반달'은 그가 처음으로 쓴 동시 '설날'과 함께 1924년에 쓰고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올 2024년은 '설날'과 '반달'이 나온 지 100주년이 되는 셈이다.

한국아동문학의 개척자인 소파 방정환과 윤극영의 아동문학 운동의 모델이 된 사람이 있다. 일본 아동문학의 선구자인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 1870~1933)다. 방정환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여 이와야 사자나미의 이름 일부를 따서 '소파(小波)'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옛날 동요가 잘 애송되지 않는다. 새로운 현대 동요와 외국 동요가 많이 나온 데다 유명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나 OST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요도 역사적 부침을 겪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올해가 한국 동요의 원년이라 해도 좋은 '설날'과 '반달'이 나온 지 10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도, 또 이를 기념하는 행사도 없어 쓸쓸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