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도 잇따라 발견 "방역 무용"
하천 등서 유입… "녹지 늘려야"
"사람은 더워 죽겠는데 벌레들은 살판났네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경기지역 곳곳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바퀴벌레 등의 해충이 증식, 입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인시 죽전동 A아파트 주민들은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연일 바퀴벌레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집 안은 물론 화단, 엘리베이터, 소화전 등 곳곳에서 엄지 손톱 크기의 바퀴벌레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는 60대 신모 씨는 "약도 뿌려보고 방역업체도 불러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그때뿐"이라고 호소했다.
벌레들의 출몰은 아파트의 연식을 가리지 않고 있다. 수원시 권선동 B아파트는 1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바퀴벌레와 권연벌레 등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단지 내에 주기적으로 위생관리와 방역을 했지만, 높은 번식력 등으로 인해 속수무책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외부 하천 등에서 벌레들이 계속 유입돼 단지 내부 방역만으론 소용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보건당국은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모기의 경우 유충을 미리 제거해 번식을 막을 수 있지만, 바퀴벌레나 권연벌레는 선제적 방역이 어렵다"며 "하수구 등 민원 다수 발생 장소를 우선적으로 방역하고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완전 박멸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바퀴벌레 등의 증식을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현철 부산대학교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살충제 등으로 방제하면 화학물질이 물이나 토양으로 유입돼 도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종 다양성이 높은 곳에선 특정 생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녹지환경을 늘려 도심 생태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