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
대한민국 정치 복원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짙었다. 22대 국회도 시작부터 갈등만 있고 대화와 타협은 부재하다. 현안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남용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 정치 행태를 두고 ‘정치가 죽었다’고 일갈하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 고문이자 김대중재단 상임부이사장인 문 전 의장은 1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매우 각성해 방향을 제시하고, 같이 가자고 국민과 야당에 호소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해답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윤 대통령 임기 3년차, 정치 원로가 짚은 대한민국 현 정치는 ‘민주주의 회복’이 절실했다.
현대 정치사 길목마다 있던 그는 현 정권을 ‘군사정권’ ‘독재자’ ‘5·16’ ‘유신 헌법’ 등과 비교하기도 했다. 문 전 의장은 “독재가 노골화된 시대처럼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헌법상 만든 법률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비토하고, 마음에 드는 것만 하려 한다”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용산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는 팻말을 놓고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날 보여준 ‘책임의 자세’가 2년 동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 전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야당(opposition party)은 ‘반대당’이다. 반대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통치자의 권력에 승복해 거수기만 한다면 야당이 아니다”라며 “야당은 반대하도록 두고, 대통령은 설득해서 같이 가자고 할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차기 지도부가 ‘친명’으로 구성될 가능성에 대해 “당원과 국민의 의지가 그렇다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권력에 고착돼 전횡을 부릴 때 ‘깨어있는 시민(깨시민)’의 조직된 힘은 필요하지만, 상대를 악(적)으로 보는 ‘양자택일(alll or nothing)’의 극단적 강요는 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팬덤 형태인 태극기부대나 개혁의딸(개딸)은 4·19·촛불항쟁과는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제·이분법적 사고·독선은 당내 민주주의에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윤 대통령 탄핵안 국회 국민 청원이 80만명(1일 기준)을 넘어섰다고 하자, 문 전 의장은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정치를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