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워 입양 절차 없이 신생아를 넘긴 40대 엄마와 그 아이를 받아 7년 넘게 키운 50대 부부가 아동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태업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기소된 A(45)씨와 B(53)씨 부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출산을 앞둔 지난 2016년 10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임신을 했는데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아 입양 보내고 싶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불임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던 B씨 부부는 이 글을 보고 A씨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까다로운 절차 탓에 입양이 어렵더라”며 “출산하면 아이를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A씨는 출산을 앞두고 “아이가 곧 나올 것 같다”며 B씨 부부에게 연락했고, 이튿날 전북 군산의 한 병원에서 딸을 낳았다. A씨는 약속대로 딸을 B씨 부부에게 넘겼고, 계좌로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 B씨 부부는 출생신고 전 가짜 증인(출생 증명인)을 내세워 집에서 아이를 낳은 것처럼 주위를 속였다. 그렇게 A씨의 딸은 B씨 부부의 손에 키워졌다.
그러다 사건 발생 7년 만인 지난해 경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A씨와 B씨 부부는 아동매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며 “출산 후 몸조리하는데 쓰라고 1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B씨 부부도 “병원에 갔더니 A씨의 친정어머니가 ‘어디는 500만원도 주고 1천만원도 준다더라’라고 이야기해 포기할까 고민하며 되돌아왔다. A씨가 ‘언니가 데려가줬으면 좋겠다’고 재차 부탁해 아이를 데리러 갔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판사는 “A씨가 먼저 B씨 부부에게 아동을 건네는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 계좌로 송금된 100만원은 그의 친정어머니가 넌지시 요구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B씨 부부가 A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출생 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신고한 혐의(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 등)로도 기소된 B씨 부부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불법적이기는 하나 친생자로 신고한 아이를 친부모의 마음으로 키워오고 있는 점, 아이가 잘 자라고 있으며 취학 후 학교에도 잘 다니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