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브란트 정부, 협력중시 개혁
히틀러 '약육강식' 세계관 제거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나라 이뤄
대한민국, 학벌계급사회 멈춰야

독일의 철학자이자 오늘날의 선진 독일교육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성숙을 위한 교육'에서 "경쟁은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교육에 반하는 원리로서 인간적인 교육은 결코 경쟁 본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경쟁을 통한 발전은 신화다"라고 일갈했다. 이로써 독일은 1970년 교육개혁을 시작하며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그의 사상을 모토로 오늘의 선진 교육을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의 68혁명 흐름 속에서 독일이 교육개혁을 단행할 때, 독일은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주도한 전범국이었으며 인류의 역사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히틀러의 파시즘을 경험한 나라였다. 히틀러는 이 세상을 무한경쟁의 정글로 보고 이른바 '다윈주의'의 요체인 '적자생존', '양육강식', '자연도태'라는 자연법칙이 인간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무려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는 제노사이드라는 끔찍한 전쟁범죄를 낳았다.
이에 빌리 브란트 정부는 히틀러의 세계관을 뿌리 뽑는 것이 진정한 과거청산의 출발이라 믿고 '아우슈비츠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표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이로써 이 세계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공동체로 믿는, 즉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고 세계를 우열의 위계질서보다 다양성의 평등질서로 보며, 세계를 지배종속의 원리 대신 자유호혜의 원리로 이해하는 민주주의자를 양성하는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독일 교육은 경쟁 없이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심지어 대학생들의 생활비까지 제공하는 선진 독일교육을 구축하였다.(김누리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독일 교육은 학교에서 등수나 석차로 한 줄 세우기, 학교 간의 경쟁, 대학입학 시험도 없다. 단지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인 아비투어를 치르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는 독일 자체의 '공정'과 '평등'의 원칙 아래 균형 있게 실시된다. 이런 교육으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나라를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야만적 경쟁 교육' 대신에 '행복교과'를 정규 과목으로 운영한다. 그러기에 "고교시절 하루하루가 축제였다"는 어느 재한 독일인의 고백은 "고교시절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는 우리 젊은이들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제 우리는 경쟁 없는 교육은 하향평준화를 가져와 교육을 후퇴시킨다는 우려와 믿음을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주입식, 암기력에 의한 컴퓨터 채점의 선다형 교육을 실시할 것인가? 이는 '사유하는 창의적 인간'을 말살하는 것으로 우리 교육은 더 이상 하향될 것이 없다.
그뿐이랴. 비판 교육을 통한 독일의 학문 수준은 현재까지 1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또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의 선진 교육은 어떤가?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더 이상의 경쟁교육과 학벌계급사회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야만적인 경쟁 교육이 낳은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이기적인 엘리트보다는 모두를 존엄한 인간, 성숙한 민주주의자, 개성적인 자유인으로 양성하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 행복지수를 선진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前 인천산곡남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