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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혐오'와 '비난'은 대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뜯어보면 조금 다르다. 혐오는 사전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함'이라는 뜻이다.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 잡아서 나쁘게 말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혐오는 대상 전체를 바라보는, 비난은 대상의 행위에 대한 시각인 셈이다. 혐오 정서가 확산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쉽다'는 점도 일정 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 대상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에 논리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혐오와 정반대인 '맹목적인 지지'도 나타난다. 최근 한 트로트 가수의 음주운전이 크게 이슈가 됐다. 음주운전이라는 행위도 잘못됐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한 행동이 많은 공분을 샀다. 반면에 일부 팬들은 해당 가수를 지지하며 '맹목적인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혐오'와 '맹목적 지지'의 공통점은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음주운전을 했어도 지지를 받는다.

지난달 음주운전 관련 취재를 진행했다.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소위 '윤창호법' 5년 뒤 변화 등을 취재했다. 이 법안을 만드는 데 노력했던 고(故) 윤창호씨 친구도, 전문가들도 '사회적 분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전이라는 행위는 사회적 약속이다. 시속 100㎞ 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서로 간 약속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기나 다름없다. 교통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음주운전은 이 약속을 스스로의 의지로 깨는 것이다. 5년 전 음주운전으로 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음주운전의 위험성이 부각됐어도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잘못된 행위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더 확산했으면 한다. 특히 음주운전은 충분히 더 크게 비난받을 만한 행위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뜻을 가진 비판의 대상도 아니다. 음주운전은 '행위'라는 점에서 혐오의 대상도 아닌 듯하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