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의 나이가 68세로 밝혀지면서 어르신 운전자 문제가 재소환될 조짐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조사 결과 운전자의 과실로 밝혀지면 고령운전 이슈가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가 점차 증가 추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천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간취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가 2019년 6천416건에서 작년에는 9천141건으로 4년 만에 무려 42% 증가한 것이다. 도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7.8%로 4년 전(11.6%)보다 커졌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자는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자동차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나 효과는 미미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노인들에게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지만 반납률이 2%에 불과하다. 정부는 운전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 운전 및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의 '조건부 면허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강한 이동권 제한 반발 및 버스, 택시, 택배 등 고령의 생계형 운전자들이 걸림돌이다. 전국 농어촌의 공동화 가속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은 조건부 면허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행시험을 거쳐 거주지 내에서만 운전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75세 이상자는 매년 운전 적합성 의료기관 평가 및 운전실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71세 이상자 면허 갱신주기는 3년이며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도 받는다.
우리나라는 다음 달에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에 도달하고 내년에는 고령자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또한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매우 높아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 점증도 불가피하다. 어르신 운전 제한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령화에 부합하는 도로교통 여건 개선, 안전운전 보조장치 장착 예산 지원과 버스 무료 승차, 복지 택시 등 운전하지 않아도 노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인프라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