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아저씨 트리하우스


톰아저씨 김광수씨, 미술작가 잠시 멈추고 강화에 제작
'나무 위 아지트 로망' 어린 시절 상상했던 모습 현실로
민박·펜션과 다른 '피크닉 스테이' 당일치기 코스 추천
주변에서 솔방울 5개 주워오면 공방·모닥불 체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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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나만의 아지트를 꿈꾼다. 나무 위에 지어진 '트리 하우스'는 더욱 그렇다.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998번길 14-32에 있는 '톰아저씨 트리하우스'는 그런 상상이 실현된 '피크닉 스테이' 공간으로 '2023년 인천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됐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아늑한 숲속, 파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 나무 위에 지어진 집, 곳곳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 그리고 '톰 아저씨'의 환한 미소….

혹시라도 인천 강화군에 있는 '톰아저씨 트리하우스'(화도면 해안남로 1998번길 14-32/화도면 흥왕리 산145번지)에 가려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이 같은 풍경을 마음껏 상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마음껏 상상해 봤다면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이제 트리하우스로 걸음을 옮길 차례다.

실제 트리하우스 입구를 향해 들어서는 순간 상상했던 그 이상의 장면이 펼쳐진다. 나도 모르게 "우와"하는 탄성이 저절로 새어 나온다.

주말인 지난달 29일 톰아저씨 트리하우스에 찾아갔을 때 기자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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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아저씨 트리하우스 전경.

■ 우와! 나무집이다


이날 웃는 얼굴로 반갑게 기자를 맞아준 '톰 아저씨' 김광수(53)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기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SNS나 블로그에서 보던 풍경과는 비교도 안된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톰 아저씨에게 어디선가 달려온 꼬마 아이들이 물총을 쏘기 시작한다. 톰 아저씨는 웃으며 "아저씨가 지금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잠깐만 봐달라"고 말하고는 물총을 쏘며 아이들을 멀찌감치 쫓아냈다.

꼬마들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또 어디론가 달려간다.

이곳에서는 어른과 아이가 평등한 친구가 된다.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소설 속 흑인 노예 짐이 허클베리 핀의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나만의 아지트를 꿈꾼다.

특히 나무 위에 지어진 나만의 아지트는 누구나 한번 정도는 꿈꿔본다.

이곳에는 모두 11채의 트리하우스가 있다. '달집' '벚꽃모자' '하품하는 티라노' '세모집' '숲속등대' '멍때림' '통나무집' '별꼴하늘창' '바람의 언덕' '숲속 오두막1·2' 등 각각의 나무집에 이름이 붙어 있는데 퍽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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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내부 숲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

■ 마음가는 대로 즐기는 '웰니스'


이곳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정해진 방법은 없다. 어렵지 않다. 단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집'이다 보니 하룻밤 묵어가도 되는 공간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곳 나무집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 

 

펜션이나 민박과는 다른 '피크닉 스테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이곳 주인장 톰아저씨는 소개한다. '당일치기'에 딱 좋은 곳이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후 1시,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8시다. 이 7시간 동안 마음껏 트리하우스를 즐기면 된다. 

 

나무집에 눕거나 앉아 책을 보아도 좋고, 숲 놀이터에 마련된 놀이기구를 체험해보며 땀을 쏟아도 좋다. 트리하우스와 전망대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를 오가며 멋진 경치를 감상해도 좋고, 나무집 창밖으로 펼쳐진 논밭과 파란 하늘을 눈에 한가득 담아도 좋다. 하루종일 '멍때리기'를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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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 김광수씨.
 

트리하우스 주변에 마련된 숲놀이터에는 참고 싶어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놀이 기구로 빼곡하다. 보고 있으면 올라가 보고 싶고, 통과해 보고 싶고, 매달리고 흔들고 올라타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솟아난다.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말할 필요조차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끌리는 대로 놀이기구를 이것저것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땀에 젖는다. 그래도 힘들다거나 지친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상쾌해진다. 활동적이지 않은 꼬마들도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된다.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웰니스 프로그램'도 따라서 해보면 좋다. '숨겨진 새집 찾기 미션' '거꾸로 매달려 풍경 바라보기' '가위바위보 계단 오르내리기' '확언의탑 종치기' '풍멍때리기' 등 9가지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금방 배가 고파 온다. 사방이 온통 나무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함부로 불을 쓸 수 없다. 음식 조리가 불가하다. 꼭 도시락을 싸와야 하는데 '샌드위치' '김밥' 등을 추천한다.

오후 1시 '체크인' 전에 강화도 맛집에서 점심을 미리 챙겨먹고 오는 것도 좋다. 이것저것 귀찮다면 이곳으로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도 가능하다.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가 있다.

성인 음료와 아이들 음료, 구운 쑥떡과 젤리 등 톰아저씨가 준비해 주는 '웰컴세트'가 있긴 하지만 금방 배가 고파지니 먹을 것을 챙겨가면 좋다.

공방·모닥불 체험은 트리하우스가 마련해주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공방 체험에서는 숲에서 얻은 재료로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다. 모닥불 체험은 다 함께 모여 마시멜로와 '쏘떡쏘떡'을 구워 먹는 시간이다. 단 체험비가 있다. 체험비는 트리하우스 주변에서 주운 솔방울 5개를 톰아저씨에게 보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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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놀이터에는 다양한 놀이기구가 있다.

■ 어릴적 '로망'이 현실로

이곳 트리하우스는 처음에는 모두가 즐기는 공간이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계획도 없었다. 톰아저씨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미술 작가의 길은 잠시 접어두고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술학원을 운영하던 톰아저씨가 아내를 설득해 벌인 일이다.

톰아저씨는 주말을 쏟아부어 목수와 함께 집짓기에 나섰다. 그렇게 2017년 이곳에서 맨 처음 생긴 공간이 '달집'이다.

처음에는 어린 자녀들과 가족들이 항상 따라나섰다. 아이들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며 톰아저씨 혼자 나무집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제는 따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톰아저씨의 남매 큰 아들은 입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고, 딸은 고등학생이다.

이곳이 많은 이들에게 문을 연 것은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부터다. 2021년 한 플랫폼 업체가 지금과 같은 사업 형태를 제안했고, 나무집을 늘려 손님을 받았다. 플랫폼 업체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대박'이 났다. 지금도 이곳 트리하우스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인기에 힘입어 인천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23년 인천 웰니스 관광지'가 되는 경사도 누리고 있다. 나무집은 톰아저씨의 어릴적 '로망'이었다. 뒤늦게 꿈을 이뤄보겠다고 나섰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미술학원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광수씨는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니 지금에 이르고 있다"며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나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계속 생기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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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아저씨' 김광수씨.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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