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국회서 간담회

예산·인력 확보 법적근거 마련안돼
일선 공무원들 적극 행정 '역부족'
남은 코로나기금 예외 전용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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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연속 간담회'에서 한전, 미추홀구 주택관리과, 건축과 등 관계 부서와 피해자들이 주택관리·하자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2024.7.4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공동주택 건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집 천장에서 물이 새거나, 주차 엘리베이터 등이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다. 향후 국회에서 마련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이런 문제로 고초를 겪는 세입자들을 위한 지원책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4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사각지대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연속 간담회'에서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소방시설, 승강기, 주차타워 등 집주인에게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업과 건설업을 겸업하는 전세사기 일당이 많은데, 피해자들은 부실 시공으로 인한 집 내부 하자 문제도 겪고 있다"고도 했다.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속칭 '건축왕' 남헌기(62) 사건의 피해자들은 공동주택 내 정화조 청소가 이루어지지 않아 최근 장마철 하수구 역류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7월1일자 6면 보도)

이날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서울 성북구을)·이연희(청주 흥덕구),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구) 국회의원이 자리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 한영희 인천 미추홀구 주택관리과 팀장, 장국범 경기도 전세피해지원TF 팀장 등 지자체 담당 부서 공무원, 김태균 한국전력공사 영업운영실 부장, 김태진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제도기획팀 과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업무를 맡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부족한 예산과 인력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영희 인천 미추홀구 주택관리과 팀장은 "현재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력은 팀장을 포함해 2명"이라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실태조사를 하거나 신규 사업을 하는 것은 어렵고, 기존의 보조사업이 있는지 검토해 보고 조건에 해당되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근 변호사(세입자114 위원장)는 "기존 전세사기 특별법에 국가와 지자체가 피해자들을 위한 주거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과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지자체 재량에 맡기기보다는 개정안에 지자체가 예산과 지침을 마련하도록 의무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지웅 경기도주거복지센터장은 "재원 마련이 가장 큰 문제"라며 "행정안전부의 수해피해 지원 기금,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 당시 마련하고 남은 재난지원기금 등을 예외적으로 전용해서 쓸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