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공단, 4년외 다른 업무 판단
"동료들 얘기를 들어보라" 반발

경기도 내 한 조리실무사가 10년 넘게 학교 급식실과 구내식당 등지에서 조리 업무를 담당하다 폐암 판정을 받았으나,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남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한 A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폐암 1기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우상엽)절제술을 받고 4차례 항암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불승인 통보를 전해들었다.

A씨는 "2년 전 조리실 내 세척기 교체 때 후드 설치가 잘못돼 1년간 환기 후드조차 작동되지 않는 곳에서 일했다"며 "10년을 조리실에서 전을 부치고 튀김을 튀기다가 폐암에 걸렸는데 산재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공단이 밝힌 산재 불승인의 주된 이유는 A씨의 근속일수 중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4년을 제외한 다른 사업장에서의 경력이 조리 업무에 투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A씨는 폐암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4년 1개월 일했고 이에 앞서 민간기업 구내식당 3곳에서 총 6년 10개월을 조리실무사로 근무했다. 그러나 공단은 학교 급식실을 제외한 이전의 경력을 비조리 업무로 판단했다.

A씨 측은 공단의 조사가 미비했다고 지적하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A씨 법률대리인 손익찬 변호사는 "공단 말대로면 A씨가 과거 근무한 식당에서 1천명분의 조리 업무를 조리사 3명이 담당했다는 건데 그런 사업장은 없다"며 "동료들의 얘기를 조금만 들어봤어도 A씨가 조리를 했다는 걸 쉽게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에서 실제 산재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한 질병판정위원회 소속 위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최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대량급식 조리실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면 업무와 질병 간 인과 관계를 인정받아 산재를 보다 폭넓게 인정한다. 공단 기초 조사가 잘 안 됐을 가능성이 있는데 판정위원이 보완 요청을 내리지 않은 것도 아쉽다"고 했다.

공단 관계자는 "산재 승인 여부는 직접 조리 기간, 식수 인원, 조리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며 "A씨의 급식실 근무 기간이 비교적 짧은 게 불승인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