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당권 경쟁은 여전히 '친윤 대 반윤' 구도와 '배신자' 공방에 머물러있다. 급기야 김건희 여사가 총선 기간 중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가 공개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다시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석 달이 됐지만 총선 이후에 새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여권 전체가 야당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미래 비전과 반성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도 "국방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지난 1일 정진석 비서실장,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이란 입장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이 순직 사건 조사 결과 회수에 외압을 행사했느냐'의 여부가 핵심 쟁점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사건의 본질에 대해 강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가 해병대원 특검을 '조건부로 수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논쟁은 배신자 프레임으로 변질됐다. 당정 관계도 '건강한 견제와 비판'을 바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지만, 이는 곧 '대통령과의 갈등 초래'로 왜곡되면서 결국 '친윤 대 반윤' 구도만 강화시킨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문자에 답변하지 않았다는 '읽씹(읽고 씹음)' 논란이 전대 중반에 돌출한 것이다. 한 후보가 '문자 읽씹' 논란에 "공적 채널로 소통했다"고 해명했지만 곧바로 "공적으로도 소통한 적 없다. 거짓"이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당내에서 '당 윤리위 심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윤리위에서 해당행위로 판단, 당원권을 정지시킬 경우 대표 출마 자격을 상실한다.
향후 이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집권당의 전당대회가 이러한 양태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전형적인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남은 기간만이라도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한 건전한 토론과 여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경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또다시 특정 후보를 찍어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여권은 자중지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소수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국정 동력을 잃게 되고 여권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