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내용 현실과 동떨어져 구직자들 실망… "실적 위주" 해명

"담당 상담사가 일단 취직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관심 없는 직무 분야에 지원하라고 권유했어요."
인천 부평구 한 직업 소개 업체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구모(31)씨는 "상담사는 내가 좋은 직장에 취업하도록 돕기보단 내가 어디든 취업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며 "상담사가 알려준 자기소개서, 이력서 쓰는 방법은 모두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어서 구직활동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용노동부가 2021년부터 시행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자들이 상담사로부터 취업 상담, 구인 정보 제공, 기업 알선 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 받는 제도다.
소득 기준에 따라 구직촉진수당, 취업활동비용 등도 지원한다. 이 서비스는 고용노동부가 정한 업체들에 위탁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인천에는 21개 업체가 선정됐다.
이 제도를 이용한 구직자들은 업체의 취업지원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연수구 한 업체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한 배모(29)씨는 "제약 등 바이오 산업에 취직하고 싶었는데 담당 상담사가 관련 분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 분야에 필요 없는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권유하는 등 나의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소수의 상담사가 많은 구직자들을 담당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한다. 게다가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서비스를 이용한 구직자의 취업률 등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업체를 평가해 A~D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부평구 한 업체에서 일하는 상담사 A씨는 "내년에 고용노동부 심사에서 탈락하면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이들을 빠르게 취업시키는 데에 목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구직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산업분야, 채용 추세 등에 대한 특강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