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감록'은 작가 미상의 도참서이자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민중적 염원을 담은 예언서다. 주요 내용은 이심(李沁)이라는 인물과 정감(鄭鑑)이라는 사람이 금강산 비로대에서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국운과 세상의 길흉화복을 다루고 있으며, 이씨가 망하고 정씨가 흥기할 것이라는 '진인출현설' 등의 반(反) 조선왕조적 예언들이 망라되어 있다. 여기에 풍수지리적인 상상력까지 가미되어 전란과 재해가 일어나도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에 대한 소개도 들어가 있다.
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정감록'은 1923년 동경에서 펴낸 호소이 하지메(細井肇) 본과, 같은 해 국내에서 김용주 본이 나오면서 출판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선 1913년 아유가이 후사노신(鮎具房之進)이 '정감록'을 펴낸 바 있으나 인쇄본 '정감록'은 1923년부터 세간에 널리 퍼져나갔다.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판본은 김수산이 1968년 홍익출판사에서 펴낸 '정감록'으로 많은 이들이 언어에 대한 장애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비결집록'은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용이고, 가독성은 역시 김수산의 '정감록'이 발군이다. '정감록'은 '감결', '옥룡자기', '도선비결', '남사고비결' 등 수십 종의 비결서들의 총칭이며, 현존하는 이본만 해도 50여 종이 넘는다.
'정감록'의 '감결'에 "계산석백 초포주행(鷄山石白 草浦舟行)"이란 말이 있다. 계룡산 돌이 하얗게 변하고 초포에 배가 다니는 날이 오면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초포는 논산과 연산 사이 남성천과 연산천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그 인근에 황산벌이 있다. 초포에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다니면 천지가 개벽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인데,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장마 기간이라 실감하지 못할 뿐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일 50도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집트, 튀르키예, 태국, 멕시코, 미국 등 세계가 40~50도 사이를 오가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세계적 차원의 협력과 대응이 시급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