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 추모
7일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 추모 꽃 등이 놓여 있다. 2024.7.7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한 승용차가 200m가량을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언론은 사고의 참상을 앞다퉈 보도하는 동시에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섰다. 당시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68세라는 나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사고의 키워드로 '급발진'과 '역주행' 외에 새로운 단어 '고령운전자'가 추가됐다.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점이 사고의 배경 중 하나로 부각되면서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격 논란이 재점화됐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조건부 운전면허제가 다시금 이슈화됐고 70세 이상의 경우 면허 자진 반납을 더 강력히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교롭게도 시청역 사고 이후 일주일 간 서울에서 고령운전자 사고가 잇따라 3건이나 더 발생하자 고령운전자의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점차 높아져 갔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 등을 중심으로 노인층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고 혐오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표출돼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사고 차량의 운전대를 고령자가 잡았다는 것에서 출발한 운전 자격 논란이 엉뚱하게 '노인 혐오'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고령운전자는 곧 잠재적 사고 유발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온라인상에선 거칠고 험한 표현들이 연일 등장하며 노인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와 연관된다. 연령에 따라 사람에게 고정관념 또는 차별 의식을 갖게 하는 연령주의가 심화될수록 고령자에 대한 비난과 편견은 당연시된다. 최근 택시에 타려다 자신이 고령자라는 이유로 젊은 승객이 탑승을 포기했다는 한 택시기사의 하소연은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운전자의 나이로만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반화다. 사고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고 68세라는 나이는 해당 운전자의 특성 중 하나일 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1천만명에 달하는 고령자들에 대한 도 넘은 비난은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나이만을 잣대로 삼는 연령주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거리가 멀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다 안전한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