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평가에도 없어
세계경제망내 좌표 읽어야 미래설계 가능
'글로벌도시 지표 개선' 당장 해야할 급선무
세계경제 네트워크에서 선과 선을 잇는 결절(結節), 즉 주요 연결점의 역할을 하는 도시를 일컫는 말이 '글로벌 시티'다. 세계·지역·도시의 경제발전 및 노동력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 사회학 분야의 권위자 사스키아 사센 교수가 1991년 출간한 명저 '글로벌 시티: 뉴욕, 런던, 도쿄'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그녀는 세계화가 전 세계의 금융, 무역,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위치의 계층구조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40여 개의 글로벌 시티들로 구축된 부의 네트워크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본사가 집중해 있는 이 도시들은 자본과 정보가 모이는 결절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 금융기구와 로펌 등의 생산자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예술·패션·음식 등 고급 소비자 서비스업도 함께 번성하는 공간이다.
각 대륙의 주요 도시들은 이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지구적 네트워크 안에서 그 층위(層位)에 따라 새로운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도시들의 경쟁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체계들도 잇따라 만들어졌다. 미국 AT커니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를 비롯해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글로벌 파워도시 지수(GPCI), 중국사회과학연구원과 유엔 해비타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보고서(GUCR)가 대표적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살기 좋은 세계도시 지수도 영향력 있는 도시평가 지표로 꼽힌다.
문제는 유력한 이들 지표에서 인천이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48개 도시만을 엄선하는 모리재단연구소의 조사는 그렇다고 치자. 지난달 26일 발표된 EIU의 '살기 좋은 세계도시 지수 2024'는 전 세계 173개 도시가 대상이다. 이 평가에서 부산이 2년 연속 아시아 6위에 올랐다기에 사이트를 자세히 뒤져봤더니 인천은 아예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150개 도시를 조사하는 AT커니나 1천개 도시를 평가하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나 다 마찬가지다.
특히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GCI는 난감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이 조사는 도시 경제 규모, 인적 자본, 삶의 질, 환경, 거버넌스 등 5개 범주로 도시의 층위를 매긴다. 그런데 같은 광역시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은 물론이고 기초지자체인 창원, 청주, 전주, 천안, 포항, 구미까지 포함돼 있는데 인천은 없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5개 지표 가운데 인천을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은 경제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측정하는 GUCR뿐이다. 전 세계 1천6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2022년 조사에서 인천은 경제 경쟁력 부문 107위, 지속가능 경쟁력 부문 58위를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인천시가 지난 5월 '뉴홍콩시티'를 마감하고 새로 발표한 프로젝트의 정량적 근거로 내세웠는데 평가 범주에서 환경 회복력, 사회 포용성, 생활환경 분야는 생략하는 바람에 유리한 것만 골라 썼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내비게이션이 유용한 까닭은 먼저 내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가야할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세계경제 네트워크 안에서 인천의 현재 좌표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미래 인천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인천시 조직도에는 '글로벌도시 지표 등재(개선) 추진'이라는 해야 할 일이 이미 명시돼 있다. 이런저런 구호 말고 당장 그 일부터가 급선무다.
/이충환 서울대 객원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