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챙긴 남성 '낌새 수상'
전신주뒤 숨어있던 장면 발견
고의사고 송치, 경찰청장 표창

경찰서에는 뺑소니와 보험사기 등 중요 교통범죄를 전담하는 '뺑반'이 있다. 김포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3팀은 이러한 뺑반이 아님에도 얼마 전 보험사기범을 검거했다. 찰나의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은 수사감각, 눈이 빠지도록 CCTV를 붙잡고 늘어진 집요함으로 가해자가 될 뻔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김포서 한 동료는 "피해자가 만약 다른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았다면 단순 가해자로 사건이 종결됐을 수 있다"며 "이 팀이니까 가능했던 일"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8일 오후 만난 김건국(49·팀장) 경위와 나대현(40) 경사, 박창선(37)·양주원(35) 경장은 한눈에도 피곤해 보였다. 이들은 최근 경찰청의 상습 음주운전 특별단속에 매달려 있었다.
형사분야에만 18년 몸담으며 범죄 피해자들의 비극을 숱하게 접한 김 팀장은 특별단속이 예고되자 "집에 못 들어가더라도 일 좀 해보지 않겠느냐"고 팀원들의 의사를 물었고, 신혼이던 박 경장과 부서전입 2개월째였던 양 경장 모두 흔쾌히 동의하며 한 달간 음주운전 사건을 파고들었다. 역시 형사생활을 7년 경험한 나 경사는 과묵하지만 듬직하게 후배들을 이끌었다.
이들이 해결한 사건은 지난 4월 김포시 고촌읍에서 일어났다. 한 남성이 마트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60대 여성의 차량 뒤로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척하다가 손목을 고의로 부딪혔다. 남성은 병원에 입원한 뒤 합의금까지 챙겼으나 교통조사3팀은 남성과의 통화 과정에서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일대 CCTV를 전수조사했다. 남성이 전신주 뒤에 숨어있던 장면을 포착한 이들은 보강수사 끝에 지난주 남성을 송치했다.
발생지점이 확실치 않은 주정차 접촉사고 운전자들로부터 CCTV를 무한정 찾아봐 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는 이들도 힘들다. 수시로 갖가지 민원도 쏟아진다. 그런 와중에 지난달에만 음주운전으로 5명을 구속하고 차량도 8대나 압수했다. 나 경사는 경찰청장 표창도 받게 됐다.
팀 막내인 양 경장은 "아내가 범죄추리물을 좋아하는데 어려운 사건을 해결했다는 얘길 해주면 뿌듯해 한다. 몸은 힘들지만 팀워크도 너무 좋고 보람이 크다"며 활짝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