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 송림동에서 한 어르신이 적막감이 도는 주택가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 동구 송림동에서 한 어르신이 적막감이 도는 주택가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에 사는 80대 A씨는 자녀들과 연락이 두절돼 홀로 살아가고 있는 ‘1인가구’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자녀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겼다는 A씨. 기초연금으로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는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할 돈도 없다”며 외부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거동이 불편해 집 밖에 외출도 하지 않는다는 A씨는 그렇게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채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전화 오는 사람도 없고 몸이 아파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며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릴까 TV와 이야기를 한다. TV에서 누군가가 말을 하면 대답한다. 우울하고 외롭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노인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외로움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천연구원이 10일 발간한 이슈브리프 ‘인천시 노인의 사회적 고립 해소 방안’ 보고서를 보면, 인천의 5년간(2018~2022) 노인 1인가구 증가율은 32.8%로, 울산(44.2%)과 대전(34.5%)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2022년 기준 인천의 전체 가구 중 노인 1인가구 비율은 7.7%로 전국 평균(9.1%)보다 낮았지만, 1인가구 증가세는 가파르다.

인천은 노인의 ‘사회적 관계망’ 역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지난해 인천지역 60세 이상 대상자들이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3.3%로, 전국 평균(70.3%)보다 낮았다. 지난 2015년(72.4%)보다 12.6%p 감소한 수치로, 전국 감소율(-5.0%p)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갑자기 많은 돈을 빌려야 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전국 평균(37.9%)보다 낮은 36.1%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2015년에는 인천이 37.3%로 전국 평균(35.7%)보다 높았는데, 이젠 전국 평균을 밑돌게 된 것이다.

2015년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인천(72.2%), 전국 평균(73.3%)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인천(65.7%), 전국 평균(73.1%)을 기록하며 7.4%p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연구를 주도한 양지훈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1인가구 노인의 사회 활동을 이끌어내야 정신건강뿐 아니라 신체건강도 좋아진다. 결과적으로 장기요양급여 정부 지출을 늦춰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인의 사회적 고립·외로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지훈 부연구위원은 노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회와 연결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 예로 스코틀랜드 ‘마더웰(Motherwell)’ 마을을 들었다. 마더웰 마을은 치매 친화 마을로, 치매 환자들이 쉽게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다. 마을 분위기 조성에 지역 사회 전체가 참여하며 노인들의 사회적 활동을 돕는다.

양 부연구위원은 또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자녀나 주변과의 만남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노인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남겼다.

양 부연구위원은 “노인들에게 사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며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거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