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서 제도 마련돼야"

"라인 사태는 네이버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출통제 수준에 머물렀던 보호무역주의가 21세기 들어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일본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정리를 요구한 '라인 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새얼문화재단 주최 제445회 새얼아침대화에서는 김양희(사진)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라인야후 사태의 경제안보적 함의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라인 사태는 지난해 8월 일본에서 라인야후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52만건이 유출된 사건에서 촉발됐다.
네이버가 지난 2011년 개발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라인'은 일본에서만 9천700만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했는데,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자 일본 정부 당국이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관계 시정을 포함한 개선책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국내에서는 '일본의 네이버 경영권 침탈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민간 기업의 개별적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보고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라인야후의 운영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다. 네이버는 A홀딩스 지분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홍콩과 대만 등 아시아 사업도 확장해왔다.
김양희 교수는 "네이버 입장에서 라인야후는 일종의 글로벌공급망 같은 역할"이라며 "A홀딩스 지분을 정리하면 네이버의 해외진출 사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강하게 나선 이유는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정보 인프라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안보적 시각이 녹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일본 국민과 기업, 지자체 모두 라인에 의존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이 점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기술적으로 방지책을 마련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가 라인야후에서 손을 떼도록 나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라인 사태를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형태로 규정했다. 지난 2019년 벌어진 한·일 무역분쟁처럼 기존의 보호무역주의가 수출통제와 관세 적용 등 제품에 대한 제재였던 것과 달리, 이번 사태는 제재 대상이 데이터와 정보 공급망으로 확장됐다는 게 이유다. 정보와 데이터 유출 문제를 두고 세계 각국이 대응방안을 논의한 사례가 없는 가운데 한일 양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협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김 교수는 "아마존이나 구글이 국내에서 정보 유출을 일으켜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한국 정부가 경제안보 관점에서 라인 사태를 파악하고 일본 정부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