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순간, 시작되는 배회·(中)]

건설 계획만 세워 놓고 뒷짐 진 정부


도내 건립 추진 14곳중 성공 2곳뿐
주민설득·예산부담 지자체만의 몫
국비보조금 기준도 10년째 그대로


용인 평온의숲 나래원 화장터 전경 (4)
최근 화장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지자체들이 건립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예산 부담 등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사진은 10일 화장장이 운영되고 있는 용인 평온의숲. 2024.7.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시신은 나날이 늘지만 화장장은 포화상태다. 특히 인구가 쏠린 수도권은 일찍이 '미스매치'가 현실화됐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지난 2012년부터 국가계획을 세워 구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도 내 지자체에서 신규 화장장 건립을 추진한 14곳 중 성공한 곳은 단 2곳뿐이다. '혐오시설' 딱지로 반발에 부딪히는가 하면, 부지가 선정된 뒤로도 주민소환이나 반대소송까지 추진되는 등 극렬한 혼란만 남겼다.

고군분투하던 지자체들은 입을 모아 "주민 설득도, 예산 부담도, 행정 절차도 오로지 지자체만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법령에도 공동 주체로 명시된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책임 이행을 호소하는 것이다.

10일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정부가 제1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을 수립한 이후, 경기지역 기초지자체 31곳 중 14곳이 화장장 건립을 추진해 단 2곳(용인·화성)만이 완공에 이르러 운영 중이다.

지자체들은 최근까지도 건립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자체 여력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호소한다. 주민 여론을 달래기 위해 제기되는 절충안들을 지자체가 홀로 감당할 행·재정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근래 화장장 건립 사례를 보면 인근 개발을 조건으로 주민들에게 유치 인센티브를 내걸거나 도심공원 기능을 접목한 종합장사시설 형태 등을 기초로 추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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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내 건립된 화장장 2곳 중 하나인 화성함백산추모공원. /경인일보DB

 

특히 정부 국비보조금 지급 기준이 변화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화장시설 신·증축 지원 기준 단가(㎡당 150만원)가 토지 시세 변동 반영 없이 10년째 그대로인 데다, 면적 산정 기준도 화장터 부지 외 종합장사시설에 포함되는 공원녹지 등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전체 사업비 보조율은 법정 국고보조율(70%)에 한참 못 미치는 10~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이런 절차를 딛고 주민 설득과 사업비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투자심사와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기 위해선 수년이 더 소요된다. 이 기간조차 지자체들은 시시각각 예민한 여론을 두고 사업이 무산되거나 번복될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실제 화장장이 한 곳도 없는 경기동북부권에서 양주시를 비롯한 6개 지자체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양주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은 이달 주민설명회와 자체 타당성조사 용역을 치르는 등 탄력을 받고 있지만, 지방행정연구 타당성조사 등 차후 절차에 차질이 없다고 전제해도 4년 뒤인 2028년에야 착공 예정이다.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설립에 참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번 추진하다 무산되기를 반복해서 겪었던 입장에선 과정 내내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행정 절차라도 효율화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지역민 민원도 많은 만큼 국가시설로서의 건립 필요성에 대해 지자체 어느 곳도 이견이 없다. (지자체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권한과 여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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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전국 단위' 큰그림 12년째… 국가는 화장시설 '지역 계획' 빈약했다)


/김산·목은수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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