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전제된 결혼에 국가가 개입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일
혼인신고 하기전 의사소통 정도
문화프로그램 제공 등 점검됐으면
다문화사회 준비여부 묻고 싶다

김구용국.jpg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
'무능한 남편이 가출한 베트남 각시를 찾습니다'. 며칠 전 온라인에 게재된 글이라고 한다. 5월23일 입국한 아내가 6월3일 가출을 했다고 하니 남편으로서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1994년 경상도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촌총각 국제결혼'을 추진하면서 인구감소를 겪고 있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사업에 동참하였고 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그리고 2004년까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총각들을 위해 중국 조선족을 대상으로 배우자감을 찾았었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한 정책이었던 만큼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언어는 통하지만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고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은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되었다. 베트남 여성이 대안으로 생각되었던 것은 생김이 비슷하면서 온순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농어촌 총각의 결혼 상대 여성의 출신국이 베트남으로 확대되면서 2004년 무렵을 기하여 급격히 다국화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인 남성의 배우자 출신국가는 중국, 동남아시아뿐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등 매우 다양화되었다.

그런데 결혼이주여성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이혼이다. 특히나 국적을 취득한 뒤에 발생하는 이혼의 경우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외국인 배우자의 출신국이라는 글을 접하였다. 1위가 베트남이라는 글이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 말일까?"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결혼하는 외국 남성이 베트남 출신이다? 짐작하는 바와 같이 베트남 출신의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국적을 취득한 뒤 이혼과 사별로 혼자가 되어 자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다는 글이었다.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간 관심사의 하나는 베트남 여성이 이혼 또는 사별 후에 자녀를 베트남 친정에서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 인해 그 아이들이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를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문제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통계청의 '2023 혼인·이혼 통계'를 찾아보았다. 2023년 기준 한국 여자와 혼인한 외국 남자의 국적은 미국(27.7%), 중국(18.4%), 베트남(15.8%) 순이었다. 베트남이 1위는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10년 사이 2.8배 증가하였으니 주목할만하다. 더욱이 1위 미국과 2위 중국은 감소하였으니, 베트남 배우자의 숫자의 증가(2013년 279명, 2023년 792명)는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짐작하는 지표의 하나라 생각한다.

나는 주위에서 다양한 가정을 만나고 있다. 태국 출신의 이주 여성이 사별한 후에 이란의 남성과 재혼을 한 가정도 있다. 물론 이 여성은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다. 그리고 이란 출신의 남편과의 사이에도 한국인 자녀가 생겼다. 이 여성은 아직도 한국어가 익숙하지 못하다. 필리핀 출신 여성의 경우 한국 남편과 이혼한 후에 재혼하였는데 아이가 셋이다. 세 아이 모두 필리핀 출신의 친부 소생이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김씨 성을 쓰고 있고 아버지는 필리핀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의 대책이 필요하다. 사랑이 전제된 결혼을 국가가 개입하여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속 가능한 가정을 꾸리도록 돕는 차원이라면 이해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국제결혼의 경우 상호 배우자의 의사소통 정도를 혼인신고 전에 점검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상호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도 제공하였으면 한다. 이러한 것들이 결혼을 결심한 시점부터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점검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예견하며 무엇을 준비하였는지 묻고자 한다. 비단 국제결혼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결혼의 절차를 비롯하여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정책 등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 협의회 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