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필사 안한다 이유 폭행 숨져
아이 생모 "아동학대살해죄" 요구


대법원이 12살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40대 계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2월5일자 6면 보도=12살 의붓아들 학대, 살인죄 미적용 판결)을 깨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관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대법관·오석준)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4)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뒤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다만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친부 B(41)씨는 상고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A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犯意)는 없고, 아동학대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범죄 특성에 비춰봐야 한다"며 "피고인과 피해 아동의 관계, 아동의 나이, 발달정도, 건강상태, 학대 내용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대범죄로 생명침해의 위험에 이른 피해 아동에 대해 적절한 치료나 실효적인 구호 조치를 취했는지, 피해 아동이 사망에 이를 때까지 중대한 학대 행위를 지속하거나 방관했는지 등을 종합해 살펴봐야 한다"며 "이러한 사정을 볼 때 아동학대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은 지난해 8월 A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지 않고, 그의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해 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올해 2월 같은 판단을 내렸다.

A씨는 2022년 3월9일부터 지난해 2월7일까지 인천 남동구 자택에서 12살 의붓아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아이가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거나, 무릎을 꿇리는 벌을 줬다.

또 장시간 방에 아이를 가두거나 커튼으로 손발을 묶기도 했다. 학대를 당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아이는 지난해 2월 끝내 숨졌다. 온몸에 멍 자국이 난 채로 발견된 C군이 사망했을 때 몸무게는 29.5㎏으로, 또래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 아이 친부 B씨도 상습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아이의 생모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아동학대살해죄 적용을 요구해왔다. 그는 "대법원이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아이를 위해 학대 가해자가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시위와 탄원서 제출 등 힘을 내서 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민철·백효은기자 bmc0502@kyeongin.com